미얀마 정변을 바라보는 미국·중국, 그리고 세계의 시각은?

2021. 2. 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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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강대국의 개입, 문제 더 복잡해질 가능성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테타를 일으키고 일 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이에 따라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군 총사령관이 권력을 이양받았다. 그들은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국가고문과 여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의원 등 400여명을 구금하였고, 현 정부 장차관 24명을 교체했으며, 새로이 11개 부처 장관을 지명하였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만 1962년, 1988년, 그리고 2021년 세 번째 군부 쿠테타이다.

미얀마 군부가 내세운 이유는 2020년 총선에 부정이 있지만 문민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명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다수 전문가는 권력을 둘러싼 미얀마 군부와 민주세력 사이의 갈등이라 분석한다.

미얀마 군부는 수십 년간 권력을 독점하였고, 문민정부 취임과 민주화 이후에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선거의 패배로 군부권력 방패막인 헌법이 개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미얀마 시민은 어렵게 되찾은 자유와 민주를 지키기 위해서 나섰다. 쿠테타 다음 날인 2월 2일 활동가와 시민단체 등은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을 개시하였다. 이에 따라서 일부 시민은 일터에서, 다른 일부는 거리에서 저항하였다.

그러나 군부측이 무력과 통제로 대응하자 시민 저항도 거세지며 결국 19일 20대 젊은이가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 22일(현지 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시민들이 쿠데타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얀마 정변을 바라보는 미국과 세계는

그러자 쿠테타가 발생한 이후에 사태를 관망하던 전세계 여론도 반응한다. 미국은 비교적 이른 11일 쿠테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소에 윈(Soe Win) 부사령관 등을 포함한 총 10명의 군부 지도자와 3개의 기업에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어서 22일 추가로 군 장성 모민툰(Moe Myint Tun)과 마웅마웅초(Maung Maung Kyaw)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향후 미국 내 자산동결, 자금거래와 입국 금지 등의 제재를 받는다.

유럽연합도 적극적이다. 지난 11일 외무장관들이 공동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은 쿠테타에 직접 책임이 있는 이들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채택할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고, 이어서 22일 실제로 제제조치에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도 23일 공동 성명을 통해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한 군부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는 미얀마 국민들의 편에 설 것이라 밝히며, 군부에게 폭력을 자제하고 인권과 국제법을 존중하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의 이웃인 아세안의 경우는 미묘하다.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회의에서 '아세안 참관 하의 재선거'라는 해법을 제시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외신은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이 태국 등을 방문하면서 태국,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수습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제안은 사실상 미얀마 군부가 쿠테타 이유로 내세운 부정선거를 인정하는 것이고 시위대가 배후로 의심하는 중국이 지지하는 안이라 시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쿠테타의 배후로 지목되는 중국은 억울한가

한편, 중국은 초기에 신중한 관망의 태도를 보였다. 국제사회 비난 여론에도 '미얀마의 안정을 희망한다' 혹은 '원만히 해결하길 바란다' 등의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실제 2일 열렸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는 러시아와 함께 미얀마 군부 비판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초기에 관영 언론은 현지 전통과 강제된 서구 제도의 갈등이라는 남다른 분석과 결국에 관건은 정치 '안정'과 경제 '성장'일 것이라는 어딘가 익숙해진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 나오는 중국의 배후설은 적극적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얀마 내부에서 중국이 미얀마 군부에 군대와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과, 시위의 통제에 쓰이는 인터넷 장벽과 전문가 역시도 중국이 출처라는 이야기가 흔하게 들려온다.

때문에 군부 쿠테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시위대는 중국을 비판하며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거나 시진핑 국가 주석에 공개 서한을 보내고 중국 제품을 불매하는 등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중국 정부에서 이를 적극 부인한다. 주미얀마 중국 대사 천하이(陈海)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 쿠테타를 사전에 몰랐다고 전했다. 그리고 중국은 미얀마 민주화 세력과 동시에 군부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전하며, 현재 상황은 중국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 밝혔다.

특히 중국에 관련한 몇몇 소문은 말도 안 되고 우스운 소리라 덧붙였다. 중국 언론은 이의 배후로 소위 밀크티 동맹과 같은 반중국 세력을 지목하기도 한다.

미중의 대결로 이어지며 본질은 흐려져

그런데 미얀마 군부의 쿠테타, 시민의 저항과 희생에 쏠리던 세계의 시선이 시간이 흐르며 점차로 미얀마 내부를 넘어서 글로벌 강대국 알력의 장으로 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주요 국가가 쿠테타를 일으킨 군부를 비판하고 시위대 저항을 지지하는 반면에 중국은 여전히 신중하고 나아가 군부의 배후라는 의심을 받기에 그러하다. 외부자의 알력으로 미얀마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해결도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간다.

물론 강대국의 간접적 개입으로 미얀마의 어려운 상황이 국제사회 관심을 받으면서 유수 언론들의 조명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그러한 이유로 향후 미얀마 군부의 행동에, 특히 무력 사용과 같은 대응에 다소 제약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미얀마 역사나 복합한 이해와 더불어 글로벌 강대국, 특히 미중의 이해까지 불필요하게 엮이는 것이 때로는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거나 장기화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정한 국제정치의 현실이 그러하지만 미얀마를 바라보며 내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보다 미중과 자국의 개입이나 이해를 고찰하고 수지를 타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미얀마로의 본질을 벗어나면서 문제가 복잡해진다. 제3자로 한 번쯤은 '자유와 민주주의', '안정과 경제성장' 사이의 경쟁에서 미얀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동남아시아 정치의 역학관계에 벗어나 지키려하는 혹은 쟁취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보고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떠할까.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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