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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도 요양보호사도 백신 접종..예진서 주사 맞기까지 10분 안팎

김지훈 입력 2021. 02. 26. 17:26 수정 2021. 02. 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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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전국 동시다발로 코로나19 예방접종 개시]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1만6813명
전날 밤 불안했지만 "독감 백신접종과 비슷"
백신 맞아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지켜야
일시적 메스꺼움 증상 있었지만 곧 사라져
26일 오전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에서 동시다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윗줄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날 오전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유린원광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 이순단씨, 제주 사회복지법인 정효원 요양보호사 양은경씨, 대구 한솔요양병원 황순구 원장, 세종시보건소에서 요양병원 간호사 이하현씨, 강원 춘천 노인요양병원 환자 김영선씨, 경기 용인 흥덕우리요양병원 임상병리사 안성남씨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연합뉴스

“전날 밤에 혹시라도 부작용이 있을까 봐 걱정이 좀 됐는데, 맞아보니까 독감 백신 맞을 때처럼 조금 따끔한 정도입니다.”

이순단(63) 유린원광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는 26일 오전 9시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첫번째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백신을 맞으면 요양원 어르신들한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기도 해서 먼저 접종하겠다고 손을 들었다”며 “1년간 외부와 단절되어 요양원과 집만 오가다 보니 친구도 못 만나고 여행도 못 갔다. 앞으로 여행도 가고 싶고 가족들과 편하게 만나서 밥 한 끼 먹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랑구보건소에서는 이씨를 비롯해 유린원광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 20명이 접종을 마치는 데 한시간가량이 걸렸다. 이영진 중랑구 언론팀장은 “내일(27일)부터 사흘 연휴이다 보니, 혹시라도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평일보다 대처하기 어려울 거란 점을 고려했다. 첫날은 20여명으로 여유롭게 접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랑구보건소뿐 아니라, 이날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에서는 동시다발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예방접종을 받은 이들이 1만6813명에 이른다고 잠정 집계했다. 전국 요양병원·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살 미만 입소자·종사자 가운데 백신 접종에 동의한 28만9480명 중 5.8%가 첫날 접종을 받은 셈이다. 요양시설 213곳의 입소자·종사자 5266명은 각 지역 보건소에서, 요양병원 292곳에서는 자체 의료인력을 통해 접종이 시작됐다.

이날 예방접종은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20일 이후 1년 37일 만에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인구 70% 이상에 대해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왔다.

■ 접수부터 예진, 접종까지 10분 안팎 이날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은 첫 접종에 쏠린 관심으로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백신 접종으로 다시 찾게 될 일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부 언론에선 접종 시간이 빠른 사람을 두고 ‘사실상 1호 접종자’란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오늘 첫날 접종을 하는 요양병원, 요양시설 65살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분들 ‘모두가 1호 접종자’”라고 거듭 확인했다.

이날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첫 접종을 받은 김정옥(57) 노아재활요양원 원장이 접수를 마치고 예진 뒤 접종실에서 주사를 맞기까지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만 김 원장은 이상 반응 관찰실에서 15분간 대기하던 중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김 원장의 혈압과 맥박을 측정한 의료진은 “혈압엔 문제없고 긴장하면 과호흡이 있을 수 있다”며 이상 반응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메스꺼움, 발열, 피로감, 두통 등은 백신 접종 뒤 흔히 발생할 수 있으며, 대부분 며칠 내 사라지는 증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전날 긴장해서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약간 울렁거렸는데 곧 괜찮아졌다”며 “지난 1년간 요양원 어르신들이 가족과 면회 한번 못해서 힘들어하셨다. 집단면역이 잘 형성돼서 어르신들이 마음껏 자녀들과 면회하게 되길, 사람들도 마스크를 벗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도봉구보건소에선 60여명의 요양시설 종사자가 접종을 받았다.

■ 암환자·부부의사도 접종받아 이날 접종자 중에선 암으로 요양 중인 환자도 있었다. 전남 화순 푸른솔요양병원에서 30명 중에 네번째로 백신을 맞은 박혜순(60)씨는 7년째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다. 박씨는 “약간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맞고 나니 희망이 생기고 일상으로 조만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손병숙 푸른솔요양병원 수간호사는 “유방암, 혈액암, 전립선암, 폐암 등 4명의 환자들이 접종했다”며 “항암치료 후 일주일이 지나면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방역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에선 북구 침산동에서 한솔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부부 의사 황순구(61)·이명옥(60)씨가 첫 접종자로 소매를 걷어붙였다. 황 원장은 “의료인으로서 첫 접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으로 복귀할 유일한 방법은 예방접종뿐이다”라고 말했다. 제주의 첫 접종자인 양은경(49) 요양보호사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막상 맞고 보니 독감 주사보다 아프지도 않고 괜찮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찾아서 예방접종 상황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백신이 아주 안전하고 국민들이 전혀 불안해하실 필요 없이 빨리 많이 맞으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마포구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김윤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수억명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전성과 효과성은 이미 검증됐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나는 주사 맞았으니 괜찮겠거니’ 하고 방심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역지침은 지금까지 지켜온 대로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18살 이상 1004명에게 백신 접종 의향을 물은 결과 접종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1%로 조사됐다. 이 중 ‘반드시 접종받겠다’는 응답이 48%, ‘아마 접종받을 것’이 23%였다. ‘반드시 접종’ 응답은 일주일 전 43%에서 5%포인트 상승했다. ‘접종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9%로, ‘아마 접종받지 않을 것’이 14%, ‘절대 접종받지 않겠다’가 5%로 나타났다.

김지훈 최하얀 김일우 김용희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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