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놓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너무너무 기쁘다"

류인하·경태영·권기정·박미라·박용근·박준철·박태우·최승현 기자 입력 2021. 2. 26. 20:52 수정 2021. 2. 2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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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자들 마음속 희망 '두근'

[경향신문]

이겨낼 수 있다, 이겨내고 있다 전국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에서 의료인이 접종 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주사보다 안 아프네요
겁내지 말고 접종 동참하길”
“상쾌합니다” “불안감 사라져”
밤샘근무 후 8시45분에 맞은
서울 요양보호사 ‘사실상 1호’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26일 전국 곳곳에서 순조롭게 접종이 진행됐다. 백신 접종은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20일 이후 402일 만이다.

국내 첫 접종자는 당초 예정한 오전 9시보다 15분 일찍 서울 노원구에서 나왔다. 서울 상계요양원 요양보호사인 이경순씨(61)는 밤샘근무를 마치고 이날 오전 8시45분쯤 노원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이씨는 접종을 마친 후 “아침에 약간 긴장했지만 (지금은) 괜찮다. 그동안 코로나19에 걸릴까봐 긴장했는데 접종을 하고 나니 불안감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백신 접종 후 30분가량 보건소에 머물며 경과를 살폈다. 이씨는 “몸에 특별한 반응은 없다”며 “전 국민이 빨리 백신을 맞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국에서 접종하는 모든 첫 접종자가 ‘1호 접종자’ ”라며 공식적인 ‘최초’를 지정하지 않았으나, 이씨가 백신 접종 시작 시각인 오전 9시보다 15분 먼저 맞으면서 사실상 1호 접종자가 됐다.

이씨를 접종한 노원구보건소 간호사 강소현씨(26)는 “1년 동안 코로나19 대응으로 다들 고생이 많았는데 백신 접종을 시작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은 주말을 반납해가면서 일하느라 고생이 많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힘들었는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백신 접종은 오전 9시 이후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 중 실제접종에 동의한 사람은 전날 기준 29만9480명이다. 백신 접종 동의율은 93.7%다. 2차 접종은 1차 접종 후 약 8주 뒤부터 시행한다.

대구에서는 북구 침산동에서 한솔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황순구(61·원장)·이명옥(60·부원장)씨 부부가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이들은 오전 9시22분 한솔요양병원에서 차례로 접종을 마쳤다. 황 원장은 접종 후 병원 의료진의 박수를 받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황 원장은 “상쾌하다. 우리는 일상이라는 기차역으로 가고 있다. 모두가 함께 타야 그곳으로 갈 수 있다”면서 접종에 동참해주기를 당부했다. 5분 뒤 백신을 맞은 이 부원장도 “아무 느낌 없다. 독감 주사보다 안 아프다”고 했다. 그는 “홍역은 생백신인데 학생들 전부가 맞는다. 이건 생백신도 아니다”라며 “겁내지 말고 접종에 동참하자”고 말했다. 오전 9시50분부터는 입원환자 접종이 시작됐다. 거동이 힘든 환자에게는 의료진이 병실로 찾아가 주사했다. 이날 한솔요양병원에서 환자 26명 등 모두 60여명이 접종을 마쳤다.

부산에서도 오전 9시30분 해운대구보건소를 시작으로 연제구·수영구·부산진구·영도구보건소와 요양병원 5곳 등 10곳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조봉수 보건소장 등 해운대구보건소 직원들은 흰 가운을 입고 첫 예방접종자를 맞이했다.

부산의 첫 접종자는 은하노인병원 간호과장 김순이씨(57)로, 요양원 종사자와 함께 소속 요양원 차량을 타고 오전 9시15분쯤 보건소에 도착했다. 김씨는 접종을 마친 뒤 “백신은 자발적으로 맞겠다고 했으나 부산에서 1호인지는 어제 알았다”며 “요양병원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접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백신에 대해 불안감도 있었지만 결정 후에는 (불안감이) 오히려 해소됐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서는 흥덕우리요양병원에 입원한 곽세근씨(59)가 처음으로 백신을 맞았다. 곽씨는 “주사를 맞으니 마음이 놓인다. 입원한 뒤 한 달 동안 못 만나고 있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산시에서 처음 접종한 윤정미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 수간호사는 “앞으로 우리 병원에서 접종을 받을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등에게 백신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첫 접종을 자원했다”고 밝혔다.

인천 부평구에서 처음 접종한 김락환 간호박사요양원장(45)은 “누구나 처음 맞는 백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그보다 항체가 생겨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지휘하는 박영애 인천 부평구보건소장은 “지난 1년간 코로나19 방역에 힘들었는데 이제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첫 접종자가 된 군산시 참사랑요양병원 김정옥 원장은 이날 군산시보건소를 찾아 백신을 맞았다. 광주에서 접종을 마친 고숙 광주보훈요양원장은 “일상생활이 멈춰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시원하고 좋다. 빠른 시일 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주도에서도 오전 9시부터 요양병원 1곳 70명과 요양시설 2곳 80명의 입소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제주도 첫 접종자는 요양시설 정효원의 요양보호사 양은경씨(49)다. 양씨는 접종 후 “독감 백신을 맞을 때보다 아프지 않다. 독감 주사의 경우 양이 많아서인지 주사를 맞은 부위가 뭉치거나 딱딱해지는 느낌이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를 벗고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는 날이 빨리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고 했다.

강원·춘천 첫 접종자인 노인전문병원 환자 김영선씨(54)는 “주위에서 ‘겁나지 않느냐’고 물어봤지만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내가 먼저 나서서 맞는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류인하·경태영·권기정·박미라·박용근·박준철·박태우·최승현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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