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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 왔다는 초임 교사들..그곳에 우리 아이들이 있어요"

류인하 기자 입력 2021. 02. 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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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학대' 서울 인강학교서
공립 특수학교 전환된 도솔학교
선생님 28명 중 27명 '무경력'
학부모들 "운영 정상화" 요구

[경향신문]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공립 특수학교 ‘서울도솔학교’의 전신은 ‘사립 서울인강학교’다. 2018년 인강학교 재직 교사 2명은 발달장애 학생들을 훈육한다는 이유로 강제로 고추냉이와 고추장을 먹이는 등 학대행위를 했다. 사회복무요원 3명 역시 지적장애 학생들을 좁은 캐비닛에 가두고 폭행하는 등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인강재단은 ‘제2의 도가니’로 불리는 장애인 거주시설 ‘인강원’을 운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도솔학교는 2019년 3월 재단이 학교건물과 부지를 서울시에 기부하면서 공립으로 전환, 그해 9월1일 정식 개교했다. 당시 폭력에 가담했거나 방관했던 교사들 역시 모두 학교를 떠났다.

공립학교로 전환한 지 1년7개월. 도솔학교 학부모들이 다시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도솔학교 학부모들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관계자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력이 없는 특수교사들로만 학교를 운영하면 발달장애 학생들의 돌발상황에 대처하거나 교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등이 낸 자료 등을 종합하면 현재 도솔학교의 중등교원 28명 중 27명이 교사경력이 전혀 없는 초임교사 또는 기간제교사다. 지난해 12명에 이어 올해 또 13명의 초임교사가 도솔학교로 왔다.

중등부 학생의 부모 A씨는 “지난해 우리 아이 담임도 초임교사였는데 너무 많이 고생하셨고, 학교가 정상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대표인 B씨는 “담임경력은 물론 교사경력도 없는 초임교사가 부장까지 맡아야 하는 곳에서 학생별 개별교육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충동행동이나 자폐, 언어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임상적으로 경험하고, 노하우를 갖춘 경력교사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교사배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복무요원의 학대행위가 드러나면서 도솔학교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회복무요원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복무요원은 특수학교별로 많게는 35명이 투입될 정도로 필수인력에 해당한다. 시교육청이 학교에 대체보조인력 채용비용 1억원을 지원했지만 고작 7명을 채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학부모 C씨는 “강제 배정된 신임교사들은 ‘유배지에 귀양왔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그 유배지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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