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시청자가 만드는 드라마
‘미스트롯2’ 결승 1라운드가 펼쳐졌다. 불꽃 경쟁을 벌인 결승 진출자 7명, 일명 ‘TOP7’의 무대는 누구 하나 뒤처짐 없는 박빙의 명승부였다. 이렇게 경연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땐 순위를 정할 캐스팅보트를 심사위원도, 방송사도 아닌 시청자가 쥔다. 이번 ‘미스트롯2’ 결승 1라운드도 시청자가 보내 준 실시간 문자 투표가 드라마를 만들었다. 안 좋은 컨디션으로 7위에 머물던 트로트 신동을 단숨에 3등으로 밀어올리고, 추가 합격자를 1등이라는 대반전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도 시청자의 문자 투표였다. 그 어떤 드라마가 이보다 더 쫄깃한 반전이 있을까 싶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은 비주류로 밀려 있던 트로트를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성과 외에도, 그간 인터넷에서 소외받던 노년층을 ‘스마트의 세계’로 초대했다는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이 있어도 자식에게 “밥 먹었냐?”는 문자만 간신히 보내던 노년층은 이젠 TV 앞에 바싹 다가앉아 응원하는 참가자에게 문자 투표도 하고, 인터넷 영상을 찾아내 열심히 댓글도 단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댓글들엔 ‘건강하게 활동 잘하라’는 자식에게 당부하는 것 같은 선한 댓글이 많이 보인다. 경연이 끝나도 훈훈한 홈드라마는 계속되는 것이다.
과거 공중파 예능국에서 일할 때였다. 아주 큰 홍수가 나서 많은 수재민이 발생했었다. 그때 긴급 모금 방송에 참가하게 됐는데, 단 하루 만에 10시간에 가까운 생방송을 준비해야 했다. 밤을 새워 유명인 섭외에 열을 올렸지만, 긴 생방송을 채우긴 역부족이었다. 혹시나 시간을 채우지 못할까 봐 공연팀까지 섭외해 놓고 방송을 시작했는데, 걱정은 출발과 동시에 기우였음이 판명 났다. 생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모금 전화는 불이 났고, 성금을 직접 내러 온 사람들이 방송국 밖까지 줄을 서는 장사진이 펼쳐졌다. 그 광경을 보며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시청자가 만든 감동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번 ‘미스트롯2’ 문자 투표 수익도 기존과 같이 전액 기부된다고 한다. 기부금이 어떤 수혜자에게 전달될지 궁금해진다. 시청자가 꾹꾹 눌러 보내 준 문자 투표가 또 한 편의 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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