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네트워크 어렵다고?.. 15세기 피렌체 '메디치'를 보라

신동흔 기자 2021. 2. 2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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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네트워크

매슈 O. 잭슨 지음|박선진 옮김|바다출판사|480쪽|1만9800원

미국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친분 관계를 점과 선으로 이어봤더니 흑인은 흑인끼리, 백인은 백인끼리 주로 연결돼 있음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아홉 명의 백인과 한 명의 흑인으로 구성된 집단에선 백인에겐 한 명의 흑인 친구가 있지만, 흑인에겐 아홉 명의 백인 친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흑인이 아무리 많은 백인과 ‘연결'을 만들어도, 백인 입장에선 소수일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이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드러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에게 내재한, 끼리끼리 연결되려는 ‘동종 선호’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집단 내에 사회적 자본을 쌓고 계층 간 유동성을 가로막는 행위. 영국 런던 전화 가입자들 간의 통화 네트워크를 분석했더니,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 사이 연결은 거의 보이지 않더라는 유명한 그림을 떠올리게도 한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네트워크에 흔적을 남긴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주요 가문 간 혼인 및 상거래 관계를 링크로 만들면, ‘메디치’ 단 하나의 가문이 모든 연결의 중심에 있음이 드러난다. 또 은행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점과 선으로 연결해보면, 한 은행이 지급 불능에 빠질 때 그 위험이 네트워크 전체로 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네트워크 분석은 이처럼 복잡한 숫자에 가려진 진실을 직관적 그림 한 장으로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경제학)인 저자가 네트워크 이론을 사회·경제 분야에 접목해 질병의 전염, 금융 위기의 전파, 불평등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책이다. 여론 양극화나 편향(bias), 가짜 뉴스 같은 미디어 현상도 네트워크에서의 ‘전염’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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