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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라도 고용해야 할 판".. 농번기 앞두고 농촌 인력난 심각

배소영 입력 2021. 02. 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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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고령농가의 일손돕기 위해 양파뽑기 작업을 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제공
“불법체류자라도 고용해야 할 판입니다.” 

경북에서 벼농사를 짓는 60대 이모씨는 올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막막하다. 농번기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농촌 일손 대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 노동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그는 “논농사를 지으려면 적어도 7~8명의 일손이 필요한데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3명밖에 안 된다”면서 “코로나19가 걱정되긴 하지만 농사를 접을 수도 없기에 불법체류자를 알음알음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외국인 밀집 생활이 예상되는 가운데 불법체류자가 또 다른 감염 확산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머문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8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불법체류자 비율은 전체 체류 외국인의 19.3%인 39만2196명이다. 역대 최고였던 2019년 15.5%(39만281명)보다 3.8%포인트 증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남양주 플라스틱공장에서 12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집단 감염됐다. 지난달 광주 광산구에선 외국인 13명의 연쇄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자 정부는 대책을 내놨다. 바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무료 검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최근 외국인을 고리로 한 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지난 21일부터 외국인 근로자의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무료 임시 선별검사소 14개소를 갖춰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검사가 ‘숨은 감염자’ 찾기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따른다. 지난해 불법체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무료 검사가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중대본은 지난해 5월에도 불법체류자를 상대로 익명의 코로나19 검사를 벌였다. 그러나 검사 참여율은 그야말로 지지부진했다. 경북 보건당국 관계자는 “불법체류자가 제 발로 찾아와서 검사를 받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이들을 찾아내는 건 사실상 힘들다”면서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동안 불법체류자는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더라도 검사를 피했다. 양성 판정을 받는 즉시 일터에서 일할 수 없게 돼 생계 위협을 받는 데다 강제추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베트남 출신 30대 여성 A씨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도 신분 노출이 염려돼 검사를 꺼리는 불법체류자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고국에 있는 가족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가장 역할을 하고 있어 코로나 검사가 익명으로 이뤄져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검사를 피한다”고 설명했다.

농번기를 앞두고 불법체류자의 집단 감염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부분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함께 숙식을 해결하는 데다 외부활동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부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장기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지만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체류자들의 자발적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독려한 뒤에도 검사율이 낮다면 이들을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하거나 강제 진단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구시는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업장 내 외국인 근로자 2인 이상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불법체류자는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된 최약체 집단”이라며 “우리나라 자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뒤 불법체류자와 같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도 살펴야 확실히 방역의 틈을 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업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사업자는 불법체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사업장의 방역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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