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수사·기소 분리 찬성? 조국 공유영상, 사실과 달랐다

김아사 기자 2021. 2. 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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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전 법무장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수사청)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도 바람직하다’고 말한 사안이라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수사, 기소 분리 후 수사청 신설안에 대하여 “매우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2019년 7월 진행된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영상을 캡쳐해 자막과 함께 올렸다. 이 영상에는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점차적으로 떼어 내 수사청을 만들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윤 총장이 “저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이 영상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작한 것으로 그 역시 조 전 장관과 동일한 주장을 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영상 화면을 공유한 뒤 또 다른 게시물을 올리며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분리 법안을 실제 실현하려 하자, 난리를 치며 비판한다”며 “다른이는 몰라도 윤 총장 등은 이 실천에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윤 총장은 시종일관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능”이라며 수사와 기소 분리 방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 낸 서면에서도 “형사사법시스템은 국민의 권익과 직결돼 한 치의 시행착오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능”이라고 명시했다. 윤 총장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질문에서도 “제도 개편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부정ㆍ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지금보다 약화되어선 안 된다”라고 전제한 뒤 “공수처 설치 논의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에둘러 답했다.

윤 총장이 ‘매우 바람직’이라고 답변한 부분도 전제(前提)를 살피면 뉘앙스가 달라진다.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윤 총장의 발언은 그가 금 의원과 주고 받은 8분여의 질의 과정 중 맨 끝 30초간의 것이다. 이 발언 전(前) 윤 총장은 “직접 수사 문제는 경찰, 검찰, 공수처 누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국가 전체 반부패 대응역량이 강화된다면 꼭 검찰이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되'”라며 사실상 수사와 기소 분리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런 대화 와중에 금 의원이 ‘궁극적으로, 장기적으로’란 말을 사용한 뒤 “문무일 총장 시절 대검이 직접 수사를 지양하기 위해 조세, 마약 부분 떼어 내 수사청을 만들 연구를 했다. 법무부도 내부 TF에서 직접 수사 줄이는 방안이나 마약청과 조세범죄수사청 독립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같이 질문하자 ‘매우 바람직’표현이 나온 것이다.

당시 청문회 관계자는 “윤 총장 취지는 장기적으로 수사와 기소, 공판이 더 일체화된 전문 검찰청, 즉 반부패검찰청, 마약범죄검찰청, 금융범죄검찰청 등 분야별 기능에 따라 전문검찰청으로 나눠 법무부 산하에 분리 독립 시키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윤 총장은 이번 수사청 문제를 총장직을 걸어야 하는 사안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평소 강조해왔던 데로 현재로선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력에서 검찰에 견줄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은 “수사 역량을 해치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그대로 피해가 전가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법조계에선 수사청 추진이 ‘정권 보위용’이란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거세지자, 수사청을 추진해 검찰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수사청’이라고 포장만 해놨을 뿐 ‘검찰청법 폐지안’으로 보고 있다”며 “윤 총장이 직을 걸고 직접 전면에 나서는 상황도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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