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세금 내는 우리만 호구" 노점상 재난지원금에 반발

김지혜 입력 2021. 2. 28. 15:57 수정 2021. 2. 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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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노점상들. 연합뉴스

“세금 꼬박꼬박 내는 우리가 호구다.” 자영업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28일 이처럼 자조 섞인 글이 잇따랐다. 4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노점상 4만여 곳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반응이다.

자영업자들은 “세금 제대로 안 내는 이들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노점상 하는 분들의 표만 소중하다는 건가” “어이없는 대책으로 또 편 가르기 시작” “노점상 깔러 가겠다” 등의 댓글로 정책 방향을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만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4차 재난지원금 추경을 논의·확정할 것으로 알려지자 반발은 거세졌다. 당·정·청은 19조5000억원 이상으로 지난 1~3차 때보다 큰 추경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경남 김해시 김해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 온·오프라인 대담’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소상공인 온·오프라인 대담에 참석해 “과거보다 지원 액수와 대상이 늘어날 것”이라며 “상인회에 들어간 전국 4만여 곳의 노점상을 이번 지원 대상에 넣은 게 가장 획기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 관리 대상이 아닌 곳은 복지 시책으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청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기존 대상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더 넓게, 두텁게’ 제공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세금을 낸 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명동 인근 주차장에 장사를 접은 노점상이 줄지어 있는 모습. 서울시는 당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노점상 운영을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뉴스1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36)씨는 “노점상은 카드 결제 시스템 등도 잘 갖추지 않아 연 매출이 낮게 잡히고 이에 따라 간이 사업자로 분류돼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혜택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도권 안에서 정식으로 장사하는 자영업자를 국가가 구제해줘야 하는데 애먼 사람을 지원한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고용보험을 납부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가 재난지원금을 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 지역의 호프집에서 단기근로자로 일하는 이모(24)씨는 “고용보험을 납부하고 있지만, 업장 영업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었는데 재난지원금 대상자는 아니다”라며 “정작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특고직은 재난지원금을 받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해나 사고 시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로써 고용보험이 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점상에 재난지원금을 주겠다는 여당 측의 주장은 혈세를 쓰는 것 이상의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공유지를 점거해 불법적 이익을 취득하는 세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다. 김 교수는 “각종 세금과 임대료를 내고 구청의 단속을 받으며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심을 부추길 만하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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