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구리 좋아요" BTS 열혈 팬 미국배우도 K푸드에 빠졌다
돼지지방 많은 中과 차별화
신라면, 저가공략 日과 달리
가격 높이고 면·수프 별도포장
초코파이, 베트남 제사상 올라
쎄봉은 국민빵으로 인기몰이
할리우드 배우·외국 셰프들
SNS서 K푸드 극찬도 한몫
◆ 진화하는 K푸드 ② ◆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에 'bibigo mandu'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영어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외 집밥 수요가 늘면서 미국에선 만두를 식사대용으로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양한 조리법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K푸드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불과 1~3년 남짓한 시간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 농심의 신라면과 짜파게티·너구리,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은 이제 세계인들이 즐기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선 제사상에 오를 정도이고 '쎄봉'은 국민빵으로 대접받는다. 국내 식품업체 대부분은 지난해 해외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CJ제일제당은 4조1297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31%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집밥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라면과 만두 등 한국 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K푸드 인기에 한몫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 셰프나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은 물론 일반인도 K푸드를 즐기는 모습이 공유되며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
일례로 평소 방탄소년단 지민의 열혈 팬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겸 가수 오브리 밀러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 요리법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려 공유하며 화제를 모았다. 오브리 밀러는 야채로 속을 채운 편수 만두를 빚거나 다양한 한국 과자를 맛보는 영상을 제작하는가 하면, 최근엔 할리우드 배우 디 월리스와 함께 떡볶이 요리 홍보영상을 만드는 등 한국 문화와 요리에 관심을 보였다.
K푸드의 인기는 단순히 한류나 SNS의 덕만은 아니다. 철저한 현지화와 차별화, 고급화에 성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비고 만두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철저한 현지화와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돼지고기 대신 칼로리가 낮은 닭고기를 사용하고, 히스패닉 문화 영향으로 미국인에게 익숙한 실란트로(고수)를 넣었다. 사이즈도 한입 크기로 줄였다. 피가 두껍고 돼지 지방을 많이 넣는 중국식 덤플링(만두)과 차별화해 얇은 피에 살코기와 야채, 두부 비중을 높이고 품질 좋은 재료를 사용해 레스토랑 수준의 건강식 이미지를 만들었다.
CJ제일제당 미국법인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는 야채 비중이 높아 자주 먹어도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특히 증숙과정(냉동 전 찌는 단계) 없이 바로 냉동하는 중국식 덤플링과 달리 미리 증숙과정을 거쳐 찜·수프·프라이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가 가능하고, 고추장 등 소스와도 곁들여 먹기 좋게 만들었다. 이 덕분에 비비고 만두는 2016년엔 미국 시장에서 25년간 1위를 지켜온 중국 만두 링링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신라면은 한국식 독특한 매운맛을 고수해 동남아시아나 일본, 중국 라면과 차별화하면서 고급화 전략을 동시에 구사했다. 미국 내 다른 외국 라면과 비교하면 양이 많아 든든함을 더했고 면발 양념 없이 면과 수프, 건더기를 따로 구성해 개인 입맛대로 변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 라면이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주 타깃으로 삼아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에 판매했다면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안팎의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K푸드 붐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제2의 비비고만두' '제2의 신라면' 등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주문한다. CJ제일제당은 미주시장에서 만두를 이을 차세대 K푸드로 한식 치킨, 햇반, 김, 고추장 등을 꼽고 이를 육성 중이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기능성 표시 식품 브랜드인 닥터유 제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호승 기자 / 김효혜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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