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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피의 일요일'..군부 무차별 총격에 18명 사망

이효상 기자 입력 2021. 02. 28. 21:09 수정 2021. 03. 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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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한 달째 '혼돈'

[경향신문]

주유엔 미얀마 대사 초 모 툰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뒤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위 사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8일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이 총에 맞아 쓰러지자 사람들이 상태를 살피고 있다. 뉴욕·양곤 | 로이터연합뉴스
강경 진압에 하루 최대 사망, 30명 이상 부상 "전쟁터 방불"
미얀마 대사, 유엔 총회서 ‘세 손가락 경례’ 연설로 해임돼
서방국가 제재 한계·중국은 뒷짐…아세안, 2일 사태 논의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평화시위를 20여일간 이어오고 있는 시민들이 28일 '잔혹한 일요일'을 맞았다. 군부가 강도 높은 진압에 나서면서 하루동안 1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사회의 대응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서방국가들의 제재와 주변 국가들의 외교적 노력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28일 미얀마 전역에서 이어진 반군부 시위를 군경이 강경진압하면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초부터 반군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하루 최대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군부는 이날 최대 도시 양곤과 두번째 도시 만달레이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유혈진압에 나섰다. 양곤에서는 경찰들이 시위대에 사전 경고없이 섬광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 남성 한명이 흉부에 총탄을 맞고 숨지는 등 양곤에서만 최소 5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최초의 가톨릭 추기경 찰스 마웅 보는 이날 트위터에 "미얀마는 전쟁터와 같다"고 적었다.

현지 매체 다웨이와치와 로이터는 경찰의 총격에 다웨이와 만달레이에서 각각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양곤 시민 수백명은 이날 이른 오후까지 저항을 계속했다.

지난주 시위 진압에 최소한의 공권력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던 군부는 시민불복종운동(CDM)이 3주째 계속되자 27일부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이 체포된 여성을 폭행하는 사진, 경찰 트럭에서 남성을 짓밟는 사진, 기자들이 연행되는 사진 등이 공유됐다. 미얀마나우는 27일 최소 5명의 언론인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미얀마정치범협의회(AAPP)는 군부정권 시절 소수민족을 통제하기 위해 식량·자금 등을 옥죄던 ‘4대 감축 전략’이 시위대 진압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APP는 “군부는 국제사회에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언론인들을 임의로 체포하면서 정보와 조직, 자원, 평화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절박해질수록 국제사회의 대응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양곤에 있는 중국·미국 대사관은 물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의 대사관 앞에서 연일 시위를 전개한 바 있다.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 쿠데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직후 미얀마 군부가 장악한 국영방송은 “국가를 배반했다”며 그가 해임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은 군부를 비난하는 결의를 채택하고 군부 인사와 관련 기업의 자국 내 자산 동결 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경우 미얀마 군과 정부에 대한 직접 원조가 거의 없는 데다,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 학살 이후 군부 인사를 이미 제재한 바 있어 실효성은 제한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미얀마에 대한 직접 지원 규모가 큰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얀마가 속해 있는 아세안 국가들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나섰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아세안 국가들이 군부의 내년 총선 계획을 지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세안은 2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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