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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이미 온라인화..기존 형사정책으로 못 막아"

유지만 기자 입력 2021. 03. 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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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특집 ③]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인터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수사에서는 '범죄자 인권' 제한해야"

(시사저널=유지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력은 범죄에도 작동했다. '언택트 시대'가 오면서 온라인을 통한 성범죄가 뚜렷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할 법과 실효적인 수사가 필요하지만 국회나 수사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기존의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신종(온라인) 성범죄뿐만 아니라 기존(오프라인) 성범죄도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회에서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입법을 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서는 '범죄자 인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시사저널 임준선

4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중 성범죄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종 성범죄가 크게 늘어났다. 전통적 성범죄인 강간이나 강제추행이 아닌 디지털 성범죄로 분류할 수 있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음란물 제작·유포 등의 증가가 새로 읽히는 트렌드다. 성범죄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구조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사회가 오면서 신종 성착취 범죄가 등장했다고 봐야 한다. 신종이 증가하면 초범자가 많아지게 된다. 최근 20년간 통계를 보면 초범자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소년범도 증가하는 추세다. 디지털 성범죄의 새로운 주류로 '테크놀로지 세대'가 등장했다는 얘기다. 또한 누범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누범자 증가는 무엇을 의미하나.

"전과 9범 이상의 동종 범죄자들의 비율도 초범자 수 증가 못지않다. 10년간 약 2배 넘게 증가했다. 9범 이상이 2008년도에 1200여 명이었는데, 2019년도에는 26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성범죄에 대한 형사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신종 범죄로 초범이 늘어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상습범의 증가는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 기존의 형사정책이 성범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정도로 심각한가.

"지금 나타나는 통계치는 모든 상황이 '엉망진창'이라는 걸 보여준다. 심지어 여성 피해자가 가해자로 등장하는 양상도 뚜렷하다. 실제 'n번방' 사건 당시에도 여성 가해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피해자로 시작해 나중에는 주변을 끌어들이는 식의 가해자 양상을 띠게 됐다. 사회적 병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는데, (성범죄를 막아야 하는) 책임자들은 조각내서 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그렇다. 인격이 파탄 나기 때문이다. '음란물 유저'가 나중에는 '연쇄 강간살인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연쇄살인범의 최근 사례를 보면, SNS를 통해 피해 여성들을 불러들였다. 이런 형태의 사건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데, 수사할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성범죄 근절 캠페인 등에 너무 많은 예산을 썼다. 나도 계몽이나 홍보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디지털 성범죄가) 범람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성범죄는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경찰은 지금 검찰과 수사권을 놓고 싸울 게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안활동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상당히 엄격하다. 이것 때문에 경찰이 메신저나 온라인 감시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잠입이나 위장수사가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증거를 확보하고 (성범죄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번방을 이용한 고객들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들을 잡을 수 있어야만 '마켓(시장)'이 줄어든다. '마켓'을 줄이려면 경찰이 감시·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이 언제든 단속할 수 있다는 공포가 있어야만 이용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모든 범죄가 온라인으로 옮겨갔지만 경찰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머무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의 신분위장 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다른 방법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 체포 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부득이 신분을 위장하거나 비공개하는 수사를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수사기간은 3개월을 원칙으로 최대 1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검사를 통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일단 수사를 개시하고 48시간 이내에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역시 중요한 문제인 것 아닌가.

"실제 사례를 보자. 대표적인 것이 '쏘카 사건'이다. 쏘카 차량에서 초등학교 학생이 성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용의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경찰도 영장 없이는 용의자의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이 위험에 처했다는 판단이 섰을 경우에는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이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디지털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성매매 시장'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맞다. 과거에는 '룸살롱'이나 '사창가' 등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성매매 시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에 새로운 '암시장'이 생겨났다. 그 구성원에 미성년자들이 포함돼 있다. 전국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미성년자들을 유인한 뒤 '온라인 성매매 시장'에 몰아넣는 일이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 영상물이 해외 서버에 있을 경우 사실상 삭제할 수 없는데.

"국제적인 협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피해 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강간 범죄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적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많다. 삭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없고,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피해자가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박제'한다고 표현한다. 나중에는 영상이 성매매 홍보 영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무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지지동반팀(02-2275-2201, digital_sc@hanmail.net),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 www.women1366.kr/stopds),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02-817-7959, hotline@cyber-lion.com)에서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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