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前의원 "백악관에 매일 전화해 일본 정부 공식 사과 받아내자"

2021. 3. 1. 12: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쇄 인터뷰 ②] 마이크 혼다 전 美 하원의원이 말하는 '위안부 결의안' 후속 작업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는 논문의 오류를 인정했지만 논문 자체를 철회하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하버드대학교가 일본 기업 미쓰비시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그런 자리를 만들지 말아야 했다. 이제 학생들은 하버드대에 더 이상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은 2월 27일(현지시간)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계약에 기반한 "매춘 여성(prostitute)"이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램지어 교수의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법학 교수'다. 램지어는 자신의 교수직 채용이나 논란이 된 논문('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 작성에 미쓰비시로부터 어떤 직접적인 요청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전에 미쓰비시가 하버드대에 150만 달러를 기부했고, 사실상 그 대가로 '미쓰비시 일본법학 교수' 자리가 생겼다. 혼다 전 의원은 램지어 교수가 오류 인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논문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램지어 교수는 조선인 위안부의 계약서를 갖고 있지 않다. 또 그는 일본인 여성 오사키(당시 10살)의 사례가 실린 책을 인용했는데, 책에 오사키를 포함한 위안부 여성들이 업자들에게 속아서 왔다고 항의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 이런 두 가지 오류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논문을 철회하지 않았다. 편집자)

혼다 전 의원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 왜곡 문제가 다시 불거졌지만, '램지어 사태'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16일 하버드대 학생들과 화상 간담회에서 램지어 교수 주장에 대해 "무시하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 혼다 전 의원이 지난 27일 <프레시안>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레시안(전홍기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위안부 역사 교육'을 요구한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혼다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H.RES 121) 통과를 주도했다. 그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당시 상황을 소재로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도 잘 묘사됐던 것처럼 일본 정부는 이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노골적으로 막았기 때문에 혼다 전 의원의 헌신은 더욱 놀랍다.

'위안부 결의안'은 '일본 정부에 의해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동안 아시아, 태평양 여러 섬 지역의 식민통치 및 전시 점령 당시 일본 제국군이 젊은 여성들을 강제적으로 "위안부"라고 일컬어지는 성노예로 동원한 바 있음을 일본 정부가 명확하면서도 번복 불가능한 방식으로 인정하고 사죄하며 역사적 책임을 받아들일 것과 교과서에 기록해 교육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혼다 전 의원은 2007년 '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인 차원의 문제로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결의안이지만 '이(teeth)'가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권고하는 것 이상의 강제력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다.

혼다 의원은 그 강제력을 갖기 위한 힘은 결국 이번 '램지어 사태'와 마찬가지로 한국계 미국인들을 포함해 정의를 원하는 이들의 직접 행동이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계 미국인 200만 명이 매일 백악관에 전화를 건다고 생각해보자. 200만 명의 5분의 1씩 분담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돌아가며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라'고 요청하는 전화를 하면 어떨까. 이런 내용으로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이메일도 보내고, 이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인권'을 국정운영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의붓아버지는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다. 그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미국이 인권의 측면에서 "지구 최후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가 홀로코스트와 마찬가지로 인류에게 중요한 인권 이슈이며 역사적 교훈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

혼다 전 의원은 '시간'의 중요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강조했다. 첫째, 일본 정부는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이 고령이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한 생존자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국제사법재판소로 갈 경우 생존자 존재 여부가 중요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 시대의 흐름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이들의 편이라고 혼다 전 의원은 지적했다. "임진왜란 당시 열두척의 배로 일본을 이겼던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며 그는 한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면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는 "전쟁터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도 없이,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희생된 여성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 지난 2007년 2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왼쪽부터 한국인 김군자, 이용수, 네덜란드인 얀 러프 오헤른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3명이 증언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은 화상으로 진행한 혼다 의원과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최근 램지어 교수가 '나는 조선인 계약서는 갖고 있지 않다'며 자신의 논문에 대한 문제를 시인했다. 이번 램지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램지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논문을 철회했나? 철회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그는 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여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하버드대학은 미쓰비시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그런 자리를 만들지 말아야 했다. 이제 학생들은 하버드대에 더이상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 결의안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 결의안이 제대로 이행이 되었다면, 현재와 같은 논란은 없을 것이다."

그 결의안은 매우 좋은 결의안이다. 하지만 '이(teeth)'가 없다. 그 결의안은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인 차원의 문제로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내용으로 일부 유럽국가들과 호주 등 9개의 나라에서 결의안이 채택됐다.

현재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고 있는 것은 일본 전체의 문제가 아니다. 그 나라의 지도자와 자민당의 문제다. 아베는 위안부 문제를 부인했다. 스가는 아베보다 더 나쁘다.

"결의안에 '이'가 없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나는 결의안에서 하나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한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권고(encourage)"하고 있는데, 이를 사과를 "하라(Shall)"고 바꿀 수 있으면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아베에 이은 스가 정부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 스가가 아베보다 더 보수적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 미국이 일본에 직접 힘을 행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백악관, 국무부, 일본 대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 스가 정부가 이 일을 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2007년 7월 '위안부 결의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혼다 의원. ⓒ연합뉴스
"결국 일본 정부의 공식적 인정과 사과 없이는 이번 램지어 사태와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용수 할머니가 최근 '분명한 해결'의 의미로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법재판(ICJ)의 판결을 받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일본 정부가 ICJ로 갈 것인가.

"이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가 바로 그 지점이다. 일본 정부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의 법원은 지난 1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ICJ로 가자고 주장하게 된 배경이 이런 일본 정부의 한국 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편집자)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2018년 내렸었다. 그때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문제를 삼으면서 ICJ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 판결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ICJ에 단독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다수의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편집자) 이 두 가지 문제를 같이 가져가자고 일본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ICJ에 제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판결을 받아내는데 얼마나 걸릴까. 시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며 일본 정부는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다. 그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 죽기를 기다린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없으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빨리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계 미국인 200만 명이 매일 백악관에 전화를 건다고 생각해보자. 200만 명의 5분의 1씩 분담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라고 요청하는 전화를 하면 어떨까. 이런 내용으로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이메일도 보내고,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다음주에 다시 내 차례가 돌아오면 전화를 하고 주말엔 쉬고, 전화와 문자와 이메일을 하는 건 돈도 따로 들지 않는다.

미국 속담에 "삐걱거리는 바퀴가 기름을 얻는다(The squeaky wheel gets the grease)"는 말이 있다. 왜? 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는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기름칠을 해주기 마련이다. 200만 명이 목소리를 내면 "삐걱거리는 바퀴"가 될 수 있고 기름을 얻을 수 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왜 중요한가. 우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들은 매일 매일 피해를 입었다. 우리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한다는 것을 그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도 그들이 누구이며, 정확히 몇 명이었는 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인간적 존엄도 없이,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끔찍한 피해를 당하고 죽어갔는가. 일본 정부의 사과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얼어붙어 있던 그들의 영혼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나비처럼 말이다.

"ICJ 제소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의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가 북한 핵문제 등 다른 시급한 외교적 사안과의 우선 순위의 문제다."

아니다. 이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신에게 다섯 명의 자녀가 있다고 생각해봐라. 어느 자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의 광화문 사거리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다. 그는 단지 12척의 배로 일본과 싸워서 이겼다. 왜? 바다의 물살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부정하는 일본은 이길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정의로운 목소리의 편이기 때문이다.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