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법치 말살,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이경원 2021. 3. 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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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권 박탈 입법' 소회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에 대해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은 2019년 7월, 그는 이제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두고 있다. 그간 한국 사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등으로 검찰을 기억했다. 이 기간 윤 총장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에 의해 여러 차례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한 총장이었고, 또 처음으로 징계를 청구당해 직무집행이 정지된 총장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대검찰청 참모진조차 본인의 의사대로 꾸리지 못했다.

윤 총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폐지’에 대해 간단명료한 해석을 내놨다. 윤 총장은 “불이익을 주고 압력을 넣어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이제는 일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원칙대로 길을 계속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고 비유했다. 그는 “꾸준히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우리 사회가 퇴보하고 헌법 가치가 부정되는 위기 상황에 서 있다”며 “국민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검찰 흔들기’라 생각하는가.

“이것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다.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직을 걸고 막으라’고들 한다.

“나는 어떤 일을 맡든 늘 직을 걸고 해 왔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쇠퇴한 것이 아니듯, 형사사법 시스템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붕괴될 것이다.”

-국회와 접촉면을 넓히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 검찰이 필요하다면 국회에 가서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국회와 접촉면을 넓힌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해서 될 일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합당한 사회적 실험 결과의 제시, 전문가의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형사사법 제도라는 것은 한번 잘못 디자인되면 국가 자체가 흔들리고 국민 전체가 고통받게 된다. 검·경 수사권의 조정 법안이 시행되기까지도 십수년이 걸렸다.”

-민주주의의 퇴보, 국민의 피해를 강조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검찰주의자라 부르지 않는가.

“후배 검사들에게 ‘조직을 사랑하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동시에 ‘조직보다는 국가를 더 사랑하고 우선시하라’고 가르쳤다. 검찰도 국가의 조직일 뿐 따로 존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검찰주의자라서, 검찰이 무언가를 독점해야 한다고 여겨서 수사·기소 분리와 직접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비대한 검찰권이 문제라면 오히려 검찰을 쪼개라고 말해 왔다. 다만 검사와 사법경찰 수사관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 선진국 어디에도 검찰을 해체해 수사를 못하게 하는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무너진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부패한 권력이 얼마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우리 모두가 똑똑히 봤다.”

-이른바 ‘검수완박’이 윤석열 검찰의 2019년부터의 권력형 비리 수사들에 대한 반감이라 생각하는가.

“종전까지는 검찰에 박수를 쳐 왔는데, 근자의 일로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면야 내가 할 말이 없다. 검찰은 진영이 없고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 왔다. 법정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다.”

-국가정보원 비리를 수사하다 3년 가까이 좌천됐고 검찰총장이 된 이후에도 여러 사건에 순탄치 않았다.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무엇이 더 괴롭고 무거운가.

“개인적인 고충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그간 내가 부패 범죄 수사로 맞서온 사회적 강자들은 ‘나 잡아가세요’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피하려 하고 자신을 수사한 사람을 음해하고 공격했다. 그 결과가 결국 개인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이 전부 수사의 일환이라 생각했다. 하다 보면 징계도 먹고 좌천도 받지만, 그것은 거대 이권을 수사한 결과 검사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검찰을 폐지하는 일에 비하겠는가.”

-앞으로 검찰총장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전국의 검사들이 분노하며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코로나19로 힘드신 줄 안다. 검찰을 둘러싼 이슈가 부각되는 것이 피로할 지경이며 내용도 자세히 알지 못하실 것이다. 다만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잘 느끼지 못하지만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 올바른 여론의 형성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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