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새 학생 40% 급감.. 서울도 지방도 '속절없이 폐교' 속출 [긴급진단-첫 '인구 자연감소'..흔들리는 대한민국]

정필재 2021. 3. 2.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 가르칠 학생이 학교에 없어
1990년 996만명서 작년 601만명 기록
저출산 여파 전국서 3832개교 문 닫아
현재 학생수 미달 초교 비중 30% 달해
수도권도 안전지대 아냐.. 통폐합 속도
주민 반대 심해 사회갈등 '뇌관' 우려도
1998년 3월 대전 서구에 만년고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서구의 인구가 급격하게 늘던 시점이었다. 만년고는 인근 충남고등학교와 서대전고등학교의 포화를 막고 둔산동과 월평동, 만년동 학생들을 흡수하기 위해 개교했다. 첫 신입생은 501명이었고 3년 뒤인 2001년 49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시간이 흘러 만년고는 지난해 20번째 졸업식을 진행했다. 졸업생 숫자는 처음보다 절반 가까이 준 259명에 불과했다. 새롭게 만년고 교복을 입은 입학생은 267명이 전부였다.

대전의 한 교사는 “1988년 서대전국민학교에서 분리해 개교한 오류국민학교는 1990년 초까지만 해도 오전반, 오후반을 나눠 수업할 정도로 학생이 많았다”며 “그렇게 컸던 오류초등학교의 올해 졸업생은 46명뿐”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저출산 여파다. 1000만명이 넘었던 학생 수는 지난해 600만명까지 줄었고, 전국에서 3000개가 넘는 학교가 학생 부족 등의 문제로 문을 닫았다.

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은 모두 601만14명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12만6780명(2.1%) 줄어든 숫자다. 학생 수 감소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0년 996만6954명이던 학생 숫자는 30년 만에 60.3% 수준으로 적어졌다. 교육부는 다음 달 교육행정기관을 조사해 오는 8월 올해 교육현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역별 학생 수를 보면 세종시를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전북이 3.3%로 감소폭이 가장 컸고 대전(3.2%)과 서울(3.0%), 강원(3.0%)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학령인구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가 정한 ‘적정규모 육성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가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2016년 △전교생 수 기준 면·도서벽지 60명 △읍 120명 △도시 240명 이하인 초교의 폐교를 권고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학생 수 미달인 곳은 초등학교 6120개 중 1878개(30.7%)에 달한다.

그동안 전라남도에서 828개, 경상북도에서 729개가 폐교하는 등 전국에서 3832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학교 통폐합이 읍·면 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부산의 출생아는 1000명당 4.5명으로 전국 최저였고, 대구는 신생아가 1년 새 15.3% 줄어 전국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의 학교들은 이미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며 “지방의 대도시 출산율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만큼 이곳의 학교 통폐합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 강서구 공진중학교는 이날부터 문을 닫는다. 2018년부터 이 학교의 신입생 입학이 끊겼고, 공진중 1학년생 전원은 인근의 성재중과 경서중으로 전학갔다. 1993년도에 개교해 3년 뒤 56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던 공진중은 지난달 38명의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한 뒤 26년 만에 폐교됐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초등학교가 통합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서울 금천구 신흥초등학교와 흥일초등학교를 합쳤다. 서울에서 학교가 통합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신흥초는 2010년 24학급 615명으로 운영됐지만 2년 뒤인 2012년 20학급 457명으로 25.6% 작아졌다. 흥일초 역시 2010년 23학급 598명이던 규모가 지난해 19학급 471명으로 줄었다.

학교는 교육공간이면서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에 통폐합에는 진통이 따른다. 주민들의 반발로 폐교 결정이 취소되는 일도 벌어진다. 서울교육청은 2016년 마곡중학교 신설을 추진하며 송정중학교 폐교를 결정했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에 학교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흥초·흥일초 통합도 2008년부터 장기간 추진됐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로 학교 통폐합 작업이 중단됐다가 다시 통폐합을 검토하고, 다시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학교 통폐합 문제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갈등요인으로 잠재돼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2만명이 넘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는 2170명을 추가로 모집했지만 비수도권의 미달 규모는 1만1986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지역인재 유출과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지방대 역량 강화를 위한 공유대학·지역혁신플랫폼을 포함해 고교교육 혁신 모델을 확대하는 등 적정규모 유지를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학령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지방대를 육성해야 한다는 막연한 주장에서 벗어나 존폐 위기에 직면한 지방대학을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지방의 중추적 고등교육기관으로 끌어올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