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 학살·독립군 체포"..간도참변 '한국인 경찰 48명 공적서' 발굴

홍진아 입력 2021. 3. 2. 06:43 수정 2021. 3. 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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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1운동 102주년을 맞아 KBS가 최초 발굴한 자료를 전합니다.

봉오동, 청산리 전투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간도지역 독립운동가와 민간인들을 다수 학살한, 이른바 '간도참변'을 일으킵니다.

KBS는 이 간도참변에 적극 가담한 한국인 경찰관들의 공적이 낱낱이 적힌 일본 문서를 최초 발굴했습니다.

먼저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봉오동, 청산리 전투에서 패한 일제는 그 보복으로 독립군을 말살하겠다는 명목으로 간도 지역 한인 마을에 불을 지르고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독립신문에 기술된 간도참변 희생자 규모는 3천 명이 넘습니다.

[신주백/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장 : "어린이부터 노약자까지 남성은 모두 다 한곳에 모아서 학살하는 형태를 취했고요. 총알이 아까워서 칼이나 창으로 찔러 죽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KBS는 간도참변에 가담한 한국인 경찰관 48명의 공적이 적힌 일본 외무성 문서를 최초 발굴했습니다.

일제가 이들에게 상훈을 주기 위해 작성한 600쪽 분량의 문서인데, 꼭 백 년 전인 1921년 3월 1일 결재됐다고 나옵니다.

"순사 박양운, 무장 독립군 7명을 붙잡은 공로가 크다."

"순사 허린, 어두운 밤과 혹한을 무릅쓰고 13시간에 걸쳐 소탕 작전에 동참해 다수를 체포했다. 공적이 지대하다."

이들이 체포한 한국인 가운데는 훗날 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들도 확인됩니다.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국민회에서 활동한 공로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김강 선생.

1920년 11월 간도참변 당시 일본 경찰에 피살됐습니다.

한국인 순사 김학원은 김강 선생 체포에 공적이 현저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마을에 침입해 민간인 학살에도 가담합니다.

"순사 백원장, 무봉촌, 의봉촌 등 각 부락의 초토에 종사했다."

"순사 박원식, 장암촌 부근에서 소탕하는 동안 한국인 조사, 가택 수색에 용감히 행동한 공적이 인정된다."

독립군이 숨겨놓은 무기를 수색해 압수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었습니다.

"엄청나게 쌓인 눈을 치우고, 지하로 60센티미터를 파내 마침내 보병총 35자루를 발견해 압수했다. 나정섭 순사가 열심히 찾은 결과다."

"임기홍, 왕복 3킬로미터를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 독립운동에 사용된 말 한 마리를 노획해 왔다."

[김광만/KBS 객원연구원 : "(간도참변에 참가한) 조선인 경찰들에 대한 업적을 현장에 있었던 부대장, 토벌 대장들이 공적서를 써주고 그것을 다시 간도 총영사관이 취합한 다음에, 그걸 외무성에 보고를 한 거예요."]

공적서에는 이들이 종로서, 용산서, 동대문서, 청주서 등 전국 각지 경찰서에서 차출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김주용/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교수 : "간도 대학살 때 군인뿐만 아니라 조선인 경찰이 참여했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알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했고요."]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증보판' 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KBS가 발굴한 이들의 이름을 올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용창/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 "독립운동가 체포, 탄압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도 확인되고요. 적지 않은 수가 친일인명사전 개정 증보판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간도참변 당시 체포된 것으로 기록된 한국인도 17명이나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로 인정한 건 4명에 불과합니다.

KBS는 이번에 발굴한 자료를 보훈처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배정철/영상편집:차정남/자료:영화 '봉오동 전투

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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