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아이폰의 눈' 책임지며 매출 10조 노린다

강승태 2021. 3. 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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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12 흥행으로 국내 대표 IT 부품 기업 LG이노텍이 질주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이노텍이 올해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매출 9조5418억원, 영업이익 68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9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4.9%, 영업이익은 무려 68.9% 증가했다. LG이노텍 실적이 좋아진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폰12가 흥행하면서 애플에 공급하는 카메라 모듈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눈’을 책임지고 있는 LG이노텍은 올해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12 흥행에 힘입어 올해 연매출 1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LG이노텍 제공>

▶1970년 설립한 LG이노텍

▷우여곡절 거쳐 최대 IT 부품 기업으로

LG이노텍 뿌리는 1970년 설립된 금성알프스전자다. 당시 일본 알프스전기와 합작사로 설립됐다. 1995년 금성알프스전자는 ‘LG전자부품’으로 사명을 바꾼 후 2000년 5월 LG이노텍으로 재탄생했다.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LG이노텍이지만 성장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1990년대 국내 IT 산업은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고 부품 기술력은 선진국 기업과 비교하면 낮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LG이노텍은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당시 정부의 퇴출 대상 기업 명단에 오를 정도로 부실 기업이었지만 1999년 LG정밀과 합병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2002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

2000년대 중후반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왔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당시 모토로라 등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LG이노텍은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LG이노텍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계기는 바로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면서다. 2010년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면서 매출이 급속도로 늘었다. 이전만 해도 LG이노텍은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80~90%였다. 하지만 애플과 계약 이후 LG이노텍의 그룹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다.

이후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2011년 국내 최초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능을 적용한 800만화소 자동초점 카메라 모듈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1300만화소 초소형 OIS 카메라 모듈을 양산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LG이노텍은 2016년 이후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한다. 아이폰7 플러스 듀얼 카메라 모듈 독점 공급을 맡으며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6년 매출 5조7546억원을 기록한 LG이노텍은 이후 매년 수천억원씩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7조6414억원, 2018년 7조9821억원, 2019년 8조3021억원, 지난해에는 9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역시 2016년 1048억원과 비교하면 지난해 6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IT 시장에서 LG이노텍과 가장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삼성전기다. 카메라 모듈이나 기판 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LG이노텍 매출은 삼성전기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7년 처음으로 LG이노텍 매출이 삼성전기를 넘어섰고, 이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아이폰12 흥행 최대 수혜

▷올해도 역대급 실적 예상

지난해 하반기 등장한 애플 아이폰12는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12 시리즈 글로벌 판매량은 5600만대다. 이는 역대 4분기 신모델 판매량 기준 3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증권가에서는 애플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182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2015년 이후 최고치다. LG이노텍 실적 역시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쪽에서는 LG이노텍이 사상 처음으로 올해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LG이노텍은 아이폰 흥행에 발맞춰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부문(카메라 모듈)에 5478억원 신규 시설 투자를 단행한다. 1년 전과 비교해 14% 늘어난 수치다.

LG이노텍은 상세한 투자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IT 업계는 LG이노텍이 첨단 센서시프트나 ‘구조광(SL) 3차원(3D) 센싱’ ‘비행시간측정(ToF) 모듈’ 등에 중점 투자할 것으로 본다.

센서시프트는 촬영자의 손 떨림, 격렬한 움직임에도 센서를 교정하며 선명한 화질을 보장하는 카메라 기술. 그간 고급 카메라 등에 적용됐으며 애플은 아이폰12 프로맥스 같은 일부 모델에 센서시프트를 탑재했다. 애플은 아이폰13 시리즈부터 모든 아이폰 모델에 이 모듈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SL 3D 센싱과 ToF 모듈은 3차원 대상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특히 ToF 모듈은 요즘 IT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기술 중 하나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구현에 적합하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아이패드·아이폰에 ToF 모듈을 적용하고 있다.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 시설 투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늘어난 것은 그만큼 애플에 납품하는 카메라 모듈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올해도 애플 아이폰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이노텍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흥행으로 LG이노텍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애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고민이다.

LG이노텍 매출 70~80%는 카메라 모듈로부터 발생한다. 카메라 모듈 매출의 60~70%는 애플에 의존한다. 즉, LG이노텍 전체 매출 50% 이상은 애플과 관련 있다. 과거 LG그룹 의존도가 높았던 것이 숙제였던 것처럼 지금은 애플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됐다.

이 때문에 LG이노텍은 전장 부품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핵심 부품인 C-V2X(이동통신 기반-차량·사물통신) 모듈을 선보이며 자동차 분야로 보폭을 넓히는 식이다.

LG이노텍은 모터 센서, 차량용 통신 모듈, 차량용 카메라 모듈, 차량용 파워 등을 공급한다.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각종 카메라 모듈이나 3D 센싱 모듈, V2X 통신 모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도 갖췄다. 지금까지 LG이노텍은 전장 부품 분야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매출 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LG이노텍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예상보다 높은 3000억원 전후를 기록할 것”이라며 “3년간 1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전장 부품 사업 역시 올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LG이노텍은 국내 대형 IT 기업 중 가장 저평가된 기업”이라며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9482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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