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는 선녀였다.. 피를로와 유벤투스의 잘못된 만남[칼치오위클리]

박문수 2021. 3. 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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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짜 감독 피를로 선임으로 안 풀리는 유벤투스
▲ 알레그리는 당연지사, 연속 우승 스타트 끊은 후 최악으로 꼽혔던 사리 때보다 부진
▲ 대책 없는 몽상가 피를로, 실험 거듭에도 무색무취 답답한 경기력 이어져
▲ 세리에A에서는 1위 인테르에 승점 10점 뒤진 3위 / UCL에서는 포르투와의 16강 1차전에서 패배


[골닷컴] 박문수 기자 = 선수로서 안드레아 피를로는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썩 잘 풀리지 않고 있다.

혹시나가 아닌 역시나였다. 안드레아 피를로 부임 이후 유벤투스는 본연의 색채를 잃어버렸다. 사리 감독 체제에서도 여전히 물음표였던 '사리볼'에 몸살을 앓았지만, 피를로 체제에서는 색채도 없고, 그렇다고 내용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결과도 당연지사.

올 시즌 유벤투스는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선두 인터 밀란에 승점 10점 뒤진 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하필 연기된 경기가 나폴리전이다. 이긴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최근 맞대결에서도 유벤투스는 부상 병동 나폴리에 덜미를 잡히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초보 감독이 겪을 최악의 수들이 나오고 있다.

# 무색무취, 숫자 놀음만 이어진 피를로식 하이브리드 전술
가장 큰 문제는 무전술이다. 현역 시절 피를로는 소위 말하는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였다. 이탈리아의 독일 월드컵 우승 주역이자,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뜻하는 일명 레지스타의 창시자로 불렸다.

그러나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계속해서 물음표다. 뭘 하려고 하지만, 그게 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게 지금의 유벤투스다.

중원에서부터의 짜임새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유벤투스가 보여준 미드필더진은 허허벌판에 가깝다. 간격 유지는 물론이고, 중원에서의 압박감도 없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포르투 원정에서도 유벤투스는 중원을 생략하는 경기를 보여줬다. 당연히 미드필더진에서부터 공이 배급되지 않는 데, 전방에서의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돌아온 결과는 1-2 패배였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그저 숫자 싸움에 불과했다. 전진 자체가 안 되니, 답답한 경기력이 이어지고 있다.

공수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수비만 하고 공격만 하는 단순한 경기 운용을 구사 중이다. 문제는 미드필더진에서의 압박 실종으로 전진되는 빈도 자체가 줄어들었다. 여러 차례 모험적인 패스를 통해 상대 후방을 노렸지만, 이미 상대 수비진들은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 알레그리는 물론, 사리도 그립게 만든 피를로 유벤투스


유벤투스가 전임 사리 감독과 결별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성적 그리고 경기력이었다. 쉽게 말해 감독으로서 뭘 보여준 게 없었다. 세리에A 9연패는 고무적이지만, 유럽 무대는 몰라도 이탈리아 세리에A 내에서 유벤투스는 가장 탄탄한 선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유벤투스 보드진은 피를로에 도박을 걸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최악에 가깝다.

단적인 예로 23라운드 기준으로 2018/2019시즌 알레그리 때보다 승점 20점을 덜 획득했다. 지난 시즌 가까스로 우승했던 사리 체제보다도 승점이 11점이나 모자라다.

알레그리 시절 다소 지루했던 경기 운영은 사리 감독을 거치면서 답답함으로 이어졌다. 피를로 선임 이후에는 지루하고 답답한 데 성과도 없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하나의 팀으로서 색채가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전술을 비롯해 생각은 많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게 화근이다. 뭘 보여주고자 하지만, 보여주지 못한 게 현재 피를로호의 현황이다.

# 밀란 크리스마스 트리 중심이었던 세도르프-피를로-가투소 모두 위기
피를로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 선수가 바로 세도르프와 가투소다. 세 선수는 일명 밀란 크리스마스트리 포메이션의 핵심이었다. 피를로가 뒤에서 찔러주고, 가투소가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창의적인 세도르프는 3선에서 2선으로 공을 연결하거나 공간이 나면 자신이 직접 상대 수비진을 흔들며, 서로에게 딱 맞는 역할을 배분했던 조합이다.


감독 변신 후 세 명 모두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세도르프는 밀란의 소방수로 투입된 이후 반 시즌 만에 경질됐다. 이후 중국 슈퍼리그와 라 리가를 거쳐, 카메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 현재는 무적 신세다.

가투소의 경우 감독 초기부터 불안감을 이어간 케이스다. 밀란 입성 후에는 '형님 리더십'을 무기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전술적인 색채 부재로 뭇매를 맞아야 했다. 나폴리에서도 그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언제 경질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피를로도 마찬가지다. 유벤투스 23세 이하 팀에서 단 10일만 감독 생활을 했던 달리 말해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피를로 선임은 도박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잭팟이 아닌 '쪽박'에 가깝다. 유벤투스 보증 수표 중 하나였던 리그 우승 경쟁에서도 밀려났고, 혹시나 했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미미한 성과도 여전했다.

냉정하게 올 시즌 피를로의 업적은 다닐루의 재발견 그리고 바르셀로나전 3-0 승리가 전부였다.

호날두도 고려해야 한다. 1985년생인 호날두는 언제 은퇴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다. 지난 시즌에는 사리 체제에서 방황했고, 올 시즌에는 사리보다 더 한 피를로 체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호날두의 시간이 계속해서 낭비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면 문제다.

사진 = Getty Images / 그래픽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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