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음흉한 박혁권이 만든 교묘한 대리전에 담긴 현실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3. 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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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이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tvN 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이하 루카)> 에서 벌어진 비극이 못내 안타까웠을 성 싶다.

살아남기 위해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정글 같은 현실 속에 던져져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비극이 그것이다.

<루카> 의 안타깝고 아픈 비극은 우리에게 그런 현실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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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누가 김래원·김성오·정다은·안창환의 비극을 만들었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최악의 상황이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tvN 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이하 루카)>에서 벌어진 비극이 못내 안타까웠을 성 싶다. 지오(김래원)는 자신을 공격하는 유나(정다은)를 죽였고, 유나의 죽음을 알고 분노한 이손(김성오)은 지오가 보는 앞에서 원이(안창환)를 때려 건물 아래로 떨어뜨리며 "네 친구라서 죽이는 거야"라고 말했다. 버림받았던 그들에게 유일했던 자기편을 각각 잃은 지오와 이손은 이제 서로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리게 됐다.

이렇게 죽고 죽이는 처절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잘 들여다보면 지오와 이손은 똑같이 휴먼테크 김철수(박혁권)에 의해 만들어진 피해자들이다. 지오는 김철수의 야욕으로 인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존재이고, 이손은 자신에 의해 동료들이 죽게 된 것처럼 김철수에 의해 꾸며진 채 그의 부하로 살아온 인물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김철수라는 인물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손과 유나를 부하로 삼기 위해 일부러 동료들을 죽인 것처럼 꾸며 죄책감을 심어 놓고, 그들을 구제해준다. 그리고 손을 잃은 이손과 발을 잃은 유나에게 그 잃은 신체를 고쳐주겠다는 말로 그들을 이용한다.

인체실험에서 살아남아 능력을 갖게 된 지오를 돈이 되는 '실험동물'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김철수는 이손이나 유나 역시 그렇게 이용해먹고 버리는 인물이다. 그는 그들을 이용하기 위해 그들의 인간적인 감정이나 욕망을 건드린다. 지오를 붙잡기 위해 그가 사랑하는 하늘에구름이(이다희)와 그의 아기를 납치한 후, 그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지오가 구름이의 부모를 죽였다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결국 구름이의 부모를 죽인 것도 바로 김철수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아픈 고리들을 건드려 이용해먹고는 가차 없이 버리는 김철수의 이런 방식은 우리네 현실에서 자주 목도하게 되는 이른바 '을들의 대리전'을 떠올리게 한다. 대기업이 하청업체들을 쥐어짜고 그래서 그들이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힘겨운 노동환경 속으로 내모는 그런 현실. 살아남기 위해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정글 같은 현실 속에 던져져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비극이 그것이다.

애초 <루카>가 지오라는 존재를 통해 던진 질문은 "과연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것이었다. 모두를 공포에 몰아넣는 괴력을 가진 지오가 괴물로 치부되고, 스스로도 괴물이라 여겼지만 실상 진짜 괴물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런 비극을 만들어내는 김철수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이건 김철수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낸 괴물화된 자본의 시스템일 게다.

그래서 지오와 이손이 서로의 소중한 존재들을 잃고 맞붙게 되는 그 장면의 안타까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진짜 괴물의 실체'를 모르고 살다 보면 엉뚱하게도 연대해야할 피해자들끼리의 대리전을 치르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김철수가 그러하듯이 그들의 비극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진짜 괴물은 이 비극을 먹고 더욱 막강해진다는 것. <루카>의 안타깝고 아픈 비극은 우리에게 그런 현실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영상 :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김래원표 액션이 돋보이는 드라마 '루카'를 다뤘습니다. 업계에 알려진 '루카' 탄생 뒷얘기를 전하며 정덕현 평론가가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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