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루] '층간소음 갈등'..매너 없는 이웃 때문 만일까요?
층간소음에 끄떡없다던 아파트, 입주 1년도 안됐는데 입주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난리가 났습니다.
공동주택에는 살 자격이 없는 '나쁜 이웃'이란 겁니다.
그런데 조심조심 지내는데도 아랫집이 틈만 나면 인터폰으로 항의를 하거나 쫓아올라오는 바람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 집 방에 CCTV까지 설치해서
자신이 층간 소음을 내지 않았다고 입증할 정돕니다.
층간소음 스트레스는 곧잘 싸움으로 번집니다.
층간 소음에는 보복 소음 밖엔 답이 없다며, 골전도 스피커를 위로 단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층간소음 보복용 스피커'라는 마케팅엔 눈이 찌푸려집니다.
그런데 층간소음이 과연 '나쁜 이웃' 때문만일까요.
아파트는 잘 지어놓았는데, 사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교양이 없어서
전국적으로 층간 소음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걸까요.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벽과 바닥으로 이루어진 '상자형 구조'는 소음과 진동을 많이 전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북처럼 울리는 거죠. 기둥과 보로 만들어지는 한옥집과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를 지을 때는 벽과 바닥을 붙여선 안 됩니다.
시공이 잘 된 경우, 바닥에 시멘트 모르타르를 마감하면
벽 사이에 스티로폼처럼 생긴 차음재가 둘러져 있는 게 보입니다.
벽과 바닥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겁니다.
그러면 그 사이에 튀어나와 있던 차음재의 나머지 부분만 잘라내고, 그 위로 마루바닥을 까는 거죠.
그런데, 실제 시공 현장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수도권 아파트 공사현장 몇 군데를 돌아봤습니다.
벽 차음재 위로 시멘트를 발라버린 곳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규정을 어기면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공이 훨씬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벽 차음재를 10mm 남겨두고 시멘트를 마감한 뒤, 이를 잘라내야하는데 번거로우니까 시멘트로 그냥 덮어버리는 거죠.
시공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난 2019년 감사원 조사 결과 전국 28개 단지, 191가구 중 96%인 184가구에서 사전에 인정받은 층간소음 방지 성능등급보다 하락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중 60%는 최저 성능기준(경량충격음 58㏈, 중량충격음 50㏈)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실제 시공된 주택이 아닌 실험실에 아파트 구조를 마련해두고 층간소음 관련 자재들을 테스트해 사전에 인증합니다. 인증받은 제품이니 그냥 가져다 쓰면 된다는 거죠.
하지만 제대로 시공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하청업체들이 공사현장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성능을 인증받은 제품을 쓰겠다고 했다가 저가의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아파트를 짓고 나서 소음을 측정하는 인증제도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습니다.
시공사에서 기준에 부합할 때까지 소음을 측정해 눈속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되면 그 몇몇 집만 재시공을 하는 정도로 끝낼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수백 가구씩 들어올 예정인 아파트를 새로 지으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층간소음 기준에 맞게 제대로 짓는지 건설 단계마다 잘 감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소-보루'는 5200만 소비자 권익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겠다는 뜻을 담은 코너입니다. (소비자 피해 제보나 개선 의견 등은 정원석 기자에게 주십쇼! jung.wonseok@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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