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지만 오싹하다".. '가짜 링컨' 동영상이 진짜 의미하는 것

박용필 기자 2021. 3. 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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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달 12일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유튜브엔 그의 생일을 기념하는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는데요. 그 동영상에는 링컨이 등장합니다. 사진이나 그림이 아닌 살아움직이는 링컨 말입니다. 그는 혈색 좋은 얼굴에 원기왕성한 목소리로 한 인터넷 사이트를 추천합니다. 그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후손과 친척들을 찾을 수 있었다면서 말이죠.

이 링컨은 당연히 진짜가 아닙니다.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얼굴을 바꿔치기한 가짜 링컨입니다. 그가 추천한 ‘마이헤리티지’ 사이트를 만든 ‘딥노스텔지아’라는 회사의 작품입니다. 해당 사이트에는 링컨 외에도 빅토리아 여왕,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등 역사적 인물들을 딥페이크 기술로 살려낸 동영상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가계도 즉 일종의 족보를 만들어주는 이 회사는 얼마 전부터 사망한 가족이나 조상들의 동영상을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고객들로부터 오래 전 사망한 가족이나 조상들의 사진을 제공받아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영상 속에서 되살려주는 것이죠, 다만 아직은 어색함이 느껴지긴 합니다. 얼굴을 돌릴 때 두상과 얼굴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합성한 티가 나기도 하죠. 그러나 이런 어색함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입니다.

마이헤리티지 사이트 갈무리


이 회사가 사용한 기술은 이스라엘의 ‘D-ID’란 회사가 개발한 것으로, 앞서 말한 딥페이크 기술의 일종입니다. 딥페이크 기술은 지난 2018년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을 바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인공지능이 관련 인물의 영상 자료들을 스스로 학습해 얼굴형이나 근육의 움직임, 표정의 변화 등에 관한 데이터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합성의 완성도와 정교함을 높이는 방식인 거죠. 때문에 초기에는 관련 영상 자료가 많은 배우나 유명인들이 주로 딥페이크 기술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이제는 동영상은커녕 빛바랜 사진 몇 장이 전부인 링컨이나 나이팅게일까지도 살려내는 수준이 된 겁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이젠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딥페이크 기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누구나 SNS 등에 자신의 자신 한 두장 쯤은 공개를 해놓는 시대이니까요.

회사 측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의 딥페이크 영상은 제작하지 않는다고도 하고요. 그러나 가짜 링컨의 영상이 SNS를 통해 공유되자 사람들은 “마법 같다”면서도 “오싹하다”며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도 “이 결과물들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위험성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 기술에 관심을 두지 않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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