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연합뉴스 감사보고서 공개 직원 '공익 신고자' 인정

손가영 기자 2021. 3. 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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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9개월' 직원 신분 보장 신청에 "부패 행위 신고로 불이익 안 돼"
"정부 감시 피하고 사업 문제 은폐를 위해 보고서 비공개" 비판도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부 감사보고서 유출 등의 사유로 징계를 받은 연합뉴스 직원의 공익 신고자 보호 신청에 “부패 행위 신고를 이유로 내린 징계는 부당하다”며 직원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3일 권익위는 연합뉴스 직원 최아무개씨의 부패행위 신고자 신분 보장 신청을 검토한 결과 연합뉴스가 정직 9개월 징계 처분을 취소하고 정직 기간 동안의 급여를 최씨에게 지급하며 부패 행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9월 회사에서 정직 9개월 징계를 받은 뒤 연합뉴스를 상대로 권익위에 보조금 부정 수급 신고서와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 신청서를 냈다. 최씨는 △회사 감사보고서 무단 유출 및 삭제 지시 불응 △승호제한 관련 부적절 사내 게시물 작성 △직장 질서 문란 및 부서 내 불화조성 △업무지시 거부 등의 사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애초 정직 1년 징계를 받았으나 재심을 거쳐 3개월이 감경됐다.

최씨는 자신이 내부 감사보고서를 사내 게시판에 공개했기 때문에 중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연합뉴스 감사실이 2012~2016년 간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을 조사해 2018년 작성한 문건이다. 최씨는 감사가 시작되기 전 자신이 먼저 해당 사업이 방만하게 관리·운용된다고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임원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감사 결과가 제대로 사내에 공개되지 않자 지난해 8월 이를 사내게시판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방만 관리로 국고 낭비에 징계 논란까지)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작성한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 심층 감사 보고서' 내용 일부.

연합뉴스는 최씨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그가 소속 부서로부터 징계를 요청받아 다투던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승호가 제한된 최씨가 사내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자 내용 상당 부분이 허위이거나 과장됐다며 관련 부서가 징계를 요청한 것. 연합뉴스는 최씨가 이후 한 직원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고 조사 결과 기각되자 게시판에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또 “징계 절차 등 인사 조치를 무효화하려는 의도에서 권익위에 신고했다”고 권익위에 주장했다. 즉 최씨는 내부 고발자가 아니고, 징계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부당조치가 아니므로 그가 신분 보장 조치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권익위는 “최씨의 신고는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한다”며 “최씨는 (연합뉴스가) 문제 사업 운영 중 단종이 예정된 장비를 구입하거나 거래업체로부터 계약된 장비가 아닌 다른 장비를 납품받는 등 사업비를 방만하게 사용한 의혹을 신고했고, 이를 부적절하게 관리감독한 의혹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인사 조치 무효화'가 목적이었다는 연합뉴스 주장은 기각했다. 권익위는 “최씨는 2018년에 사내게시글을 작성했고, 지난해 10월 권익위 신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다”며 “신고 내용이 모두 허위라 보기 어렵다. 권익위도 행정 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문체부에 사건을 송부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이유를 댔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권익위는 “사내 게시판에 보고서를 게시한 건 외부 유출이 아니며, 연합뉴스는 업무상 기밀 누설이라고 하지만 연합뉴스가 감사보고서 공개 범위에 대한 사내 규정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비공개 문서로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 감사보고서가 나온 직후 연합뉴스가 발송한 사내 메일을 근거로 “정부 감시를 피하고 사업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서” 보고서를 비공개했다고 비판했다. 메일에 따르면 한 간부는 “보고서를 공개하면 경쟁사에 들어가거나 문체부 등에 알려지면 회사가 흔들린다”, “이런 건은 문체부 등 공조직이 감사를 의뢰하게 돼 있고, 그러면 회사가 흔들리고 향후 공적자금(구독비)에 영향을 미친다”며 “감사 결과가 어떻든 내부에서 마무리 지어 외부 유출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다른 징계 사유에도 “정직 9개월을 구성하는 정당한 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중대한 비위 사례가 인정되거나 이 결정에 이른 회사의 구체적인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일부 사유는 최씨 잘못을 인정하기 어렵고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으며, 2016년 다른 직원에 대한 폭언의 경우 중대한 비위였다면 사건 발생 당시 최씨에게 징계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이에 따라 “해당 징계는 최씨의 부패행위 신고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부패행위 신고 외엔 정직 9개월을 내릴 만큼의 다른 징계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패방지법 제 62조 3항에 따라 최씨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고 향후 신고를 이유로 최씨에 불이익 조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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