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존슨앤드존슨 백신 배포 시작..불평등 논란도
[경향신문]
존슨앤드존슨 백신 400만회분이 1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 출하되기 시작했다. 이 백신은 한 번만 맞아도 되고 냉장 보관할 수 있기에 주로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시골에 배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백신 불평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못 맞은 비백인·시골 거주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존슨앤드존슨 백신도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스 고르스키 존슨앤드존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400만회분을 배송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24~48시간 내에 미국인들이 접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오는 6월까지 1억회분, 올해 연말까지 10억회분을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은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이어 지난달 27일 존슨앤드존슨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세 번째로 승인했다. 이 백신은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남미에서 시행한 임상시험에서 평균 66% 효과를 보였다.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미국과 남아공에서 각각 72%, 64%의 효과를 보였다. 한 번만 맞아도 되고 냉장 보관할 수 있어 시골에서도 배포하기 쉽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보내기로 하는 것은 실용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소외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덜한 백신을 보낸다는 인식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덜 효과적이라고 인식되는 백신이 유색인종 커뮤니티에서 압도적으로 쓰이면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민주당)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우리 모두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공화당)도 “백신 기피뿐 아니라, 특정 백신 브랜드에 대한 기피”가 생길까 우려했다.
미국 안에서도 도시와 시골, 백인과 비백인 간 백신 불평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AP통신은 “미국의 백신 정책은 시골과 도시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노스캐롤라이나의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너무 많은 백신 물량이 대도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종별로 봐도 백인보다 비백인의 접종률이 낮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미국인 중 64%가 백인이라고 밝혔다. 히스패닉은 8.6%, 흑인은 6.7%, 아시아인은 4.8%에 그쳤다. 비백인은 백인보다 인구 구성 대비 두 배가량 접종률이 뒤처졌다. 게토화된 지역에 사는 비백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백신 접근권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2007년 병원까지 차로 30분 이상을 가야 했던 환자들 중 백인 비율은 25%에 그쳤지만, 흑인 비율은 50%에 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존슨앤드존슨 백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불평등 논란에 기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은 존슨앤드존슨 백신도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반박한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임상시험 결과를 끝낸 것과는 달리,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정점을 찍은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남미 등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마치 효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착시효과’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3상 임상시험에서 입원과 사망률 예방에는 100% 효과적인 것으로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지난달 28일 NBC 인터뷰에서 “존슨앤존슨 백신이 내가 맞을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라면 나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가능한 빨리 많은 사람에게 접종하는 것”이라면서 백신 브랜드와 상관없이 접종받고, 어떤 백신을 접종할지 선택하지 말 것을 권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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