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졌다"..미얀마 양곤 시위대 인터뷰

윤봄이 2021. 3. 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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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 시위 참여 미얀마 양곤 시민 전화 인터뷰
- "2월 28일 軍 실탄 사격..눈앞서 사람 쓰러져"
- "군부 정권 하에서는 '죽어가는 삶' 되지 않을까"
- "과거 민주화 실패 경험..이번엔 무조건 이겨야"


미얀마는 지난달 28일 ‘피의 일요일’을 보냈습니다. 유엔 인권사무소에서 확인한 하루 사망자는 최소 18명, 현지에서는 26명이 숨졌다는 정보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후 한 달. 지금 현지 상황은 어떨까?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과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양곤에서도 ‘피의 일요일’에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때 시위 현장에 있었던 30대 미얀마인입니다. 안전을 고려해 익명으로 내용을 전합니다.

■ “눈 앞에서 사람 쓰러져…양곤에서만 2명 사망”

먼저 지난달 28일 상황부터 물었습니다. 이 시민은 그날 양곤 주요 대학들이 모여있는 ‘흘레단’ 구역에서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양곤 흘레단은 1988년 ‘8888 항쟁’ 때 시위대가 모였던 곳입니다. 그 상징성때문에 이번에도 사람들은 자연스레 흘레단에 모였습니다.

“28일에 저는 흘레단 시위대에 있었습니다. 오전 7시 45분쯤부터 총 쏘는 소리가 들렸고, 그때쯤에는 아마 고무탄으로만 쏜 것 같은데 오전 10시쯤이 되니까 경찰, 군인들이 조금 더 폭력적으로 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민의 눈 앞에서 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군경의 총탄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날 양곤에서만 최소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같이 시위를 하고 있는 동안 어떤 사람이 제 앞에서 총을 맞았고, 쓰러지는 모습을 제가 앞에서 봤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빨리 주변 집으로 들어가서 숨었는데 상황을 보니까 쓰러진 자리에 피가 많이 쏟아졌고, 사람들이 앰뷸런스로 그 친구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는데 병원으로 가는 길에 사망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시민은 쿠데타 초기부터 반 군부 시위에 참여해 왔는데, 22일 첫 총파업 때만 해도 평화로운 시위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소한 양곤에서는 실탄 사격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부터 경찰과 군인이 본격적으로 무력을 사용해 진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고무탄을 쐈는데, 이제 실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 “오늘도 군인이 실탄을 가지고 나왔다”

그 후에도 양곤에서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민이 보낸 영상과 사진을 보면 오늘(2일)도 양곤 곳곳에 헬멧을 쓴 시민들이 나타났습니다.

시민들은 전날 밤 길바닥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사진을 붙이면서 오늘을 대비했다고 합니다.

“경찰, 군인들은 자기 장군의 사진을 발로 밟을 수가 없어서 시위자들에게 공격하러 오면 바로 뛰어 오지 못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군경은 사진 위를 그대로 지나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총과 실탄으로 무장한 군경이 자리잡고 있고 오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이 시민은 전했습니다.

■ “이제 자유 알게 됐는데…군정 돌아가면 ‘죽어가는 삶’”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거리로 나가는 마음은 어떨까.

“군부 독재가 시작된지 너무 오래되었다 보니 제대로 된, 진정한 민주주의를 다들 얻고 싶고 …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도 100%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민주주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됐고, 자유로움이나 인권에 대해서도 알게 됐는데 군부 정권으로 다시 돌아가면 우리의 미래나 인생이 다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도 죽어가고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의지를 갖고 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이 과거 큰 희생을 치르고도 군부 독재를 완전히 몰아내는 데 실패했던 만큼 이번에는 더 조심하고 신중한 마음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의지로 거리에 나온 시민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가 차단된 상황이지만, 군경의 폭력 진압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해 세계에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시민은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접할 한국 사람들을 향해 “미얀마 상황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윤봄이 기자 (springy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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