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 물고 터지는 '학폭 미투'.. 곤혹스러운 연예계
지난 한달 사이 10여명 의혹 휩싸여
온라인 커뮤니티·SNS 통해 문제 제기
학창시절 사진·졸업앨범 등으로 '인증'
사실 여부 관계 없이 이미지 큰 타격
기획사, 무차별 폭로 강경 대응 예고
2월 한 달 사이에만, 유명 연예인, 아이돌 10여명이 학폭 의혹에 휩싸였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마치 2017년 10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폭로로 시작했던 ‘미투(me too)’ 운동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확산했던 2018년 상황을 보는 듯하다. 미투 운동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여론의 힘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행태를 말한다.
◆안타까운 폭로일까… 뒤따르는 인증들
과거 학폭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본인의 직접적인 신상을 공개하기는 꺼리지만, 학창 시절 사진이나 졸업 앨범 등으로 ‘인증’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게 필수적이다. 유명인을 공개 저격하기 때문에 해당 논란은 쉽게 퍼지고 이슈가 된다.
현재 가요계에 학폭 의혹 대상자로 제기된 이들은 그룹 ‘티오오(TOO)’ 차웅기, 원더걸스·포미닛 출신 현아, 몬스타엑스 기현, 이달의소녀 츄, 스트레이키즈 현진, 에버글로우 아샤, 더보이즈 선우, ‘(여자)아이들’ 수진, 세븐틴 민규, 트로트가수 진해성, ‘미스트롯2’ 진달래, ‘싱어게인’ 출연 가수 요아리 등이다. 배우로는 ‘경이로운 소문’ 등으로 유명세를 치른 조병규, ‘SKY 캐슬’, ‘이태원 클라쓰’, ‘인간수업’ 등 드라마에 출연한 김동희,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출연한 박혜수,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배우 김소혜, ‘펜트하우스’ 최예빈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출연 중이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트로트 가수 진달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스트레이키즈 현진, 몬스터엑스 기현 등 일부를 제외한 이들 대부분은 해당 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소속사는 사실관계 확인과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길게는 10년 넘게 지난 사건인 만큼 해당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렵지만, 일단 폭로가 터지면 당사자와 의혹 제공자에 대한 확인에 앞서 ‘경고’부터 날리는 행태 역시 무책임한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
개그맨 박명수는 지난달 26일 방송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학폭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박명수는 이날 “학교 다닐 때 이런 친구들이 꽤 있었다. 정신 차려야 한다”면서 “한번 때리고 마는 친구는 없다. 한번 때린 친구들은 또 때린다”며 “미성년자일 때, 철없을 때 실수할 수 있지만 진심 어린 사과는 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와 닿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 중에는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거짓말하면 이 바닥에서 떠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학폭 미투’가 계속되자 연예기획사, 소속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학폭 의혹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한류 열풍의 대표주자인 K팝 아이돌로 성장하려면 ‘선한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예인은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만으로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거나, 향후 계약이 불발되는 등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멤버 현진은 해당 의혹으로 인해 결국 활동을 중단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7일 팬 커뮤니티에 “현진은 연예인으로서 일체의 활동을 중단 후 자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KBS는 MC로 내정됐던 배우 조병규의 출연을 보류하기로 했다. KBS 신규 예능프로그램 ‘컴백홈’ 제작진은 지난달 26일 “현시점에서 출연자의 출연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하에, 최종적으로 MC 조병규의 출연을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손해가 계속되자 몇몇 아이돌 기획사는 학폭과 관련해 자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우리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있었던 친구들은 관리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비교적 나이가 들어 회사에 합류한 친구들도 믿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함께 과거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예계 한편에서는 무차별 폭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학폭과 관련한 주장이 허위이거나, 악의적인 왜곡일 경우에도 소속사가 이를 증명하거나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속사는 문제 제기한 상대를 찾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사정을 청취하는 등 흥신소에서 할 법한 진풍경도 벌어진다. 한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의 친구,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도 상당한 수고가 든다. 실제 피해자가 맞는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절차지만, 악의적인 루머인 경우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아이돌과 배우들은 ‘자기 검열’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혹시나 과거에 자신이 인지 못 하는 잘못을 저질렀거나, 학교 친구로부터 미움을 산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한 아이돌은 자기가 어릴 때 잘못한 건 없는지 친구들에게 묻고 다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 기획사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다시 손보는 한편, 영입 과정에서 ‘인성 검증’ 항목을 추가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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