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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투기 의혹 LH 직원 상당수 '보상업무' 담당..퇴직자와 공동 매입 정황도

박채영·김희진 기자 입력 2021. 03. 02. 20:27 수정 2021. 03. 0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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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12명 등 '신도시 땅투기'

[경향신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정부의 광명·시흥 신도시 주택 공급 계획 발표를 앞두고 해당 지역의 수천평 규모 토지를 사전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가족 동원 지분 나눠 사들여…신도시 발표 후 나무심기
대부분이 농지로 개발 땐 수용 보상금·대토보상 받아
“무작위로 조사한 게 이 정도…타 신도시 전수조사 필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2일 공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사전 매입 정황은 공사 직원들이 업무상 얻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단체들이 2018~2020년 광명·시흥 지역에서 거래된 토지를 무작위로 선정해 ‘토지 명의자’와 ‘LH 직원 이름’을 대조한 결과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가족들이 100억원 상당을 투자해 2만3028㎡(약 7000평) 규모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시기 2개의 필지를 사들이거나 퇴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공동으로 땅을 취득한 사례도 있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성민 변호사는 “무작위로 몇 필지를 선정해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은 명의자 이름과 LH 직원 조회를 매칭한 결과”라며 “만일 1명의 명의자가 일치했다면 단순한 동명이인으로 볼 가능성이 있으나 특정 지역본부 직원들이 특정 토지의 공동 소유자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 상당수는 LH의 보상업무 담당자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대부분 농지로, 개발이 시작되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을 받을 수 있다. 대토보상은 소유자가 원하는 경우 사업시행자가 사업계획 등을 고려해 공익사업으로 조성한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다. LH의 보상 규정을 보면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보상 기준에 들어간다.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통해 지분권자들이 1000㎡ 이상씩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LH 직원들이 매입한 농지가 지난달 신도시 대상으로 발표되자 대대적인 나무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 민변의 김남근 변호사는 “농지를 매입하려면 영농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LH 직원들이 농사를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직원 14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실제 우리 직원은 12명으로 확인됐다”며 “사안이 중대해 이들에 대해 직무 배제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이 밝힌 14명과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LH 측은 “2명은 동명이인”이라고 했다.

향후 광명·시흥뿐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를 상대로 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미 파악된 것 외에 광명·시흥 신도시 내 다른 필지, 다른 3기 신도시 대상지, 본인 명의 외에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동원한 경우 등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며 “해당 지구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에서 LH 등 공공기관의 임직원과 국토교통부 공무원 등의 사전 투기 행위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공익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투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당사자인 LH 직원들은 공직자윤리법이나 부패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강훈 변호사는 “LH 직원들의 행위는 부패방지법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 비밀이용죄에 해당된다”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사전 투기 경위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 국토부와 LH 차원에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광명·시흥지구는 그간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로 꼽혀온 만큼 토지 매입에 미공개 정보가 활용됐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

박채영·김희진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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