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번식 여름철새 '벙어리뻐꾸기'의 월동지·이동경로 첫 확인..4600km 날아가 인도네시아에서 겨울나기

고희진 기자 입력 2021. 3. 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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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경로 추적
하루 43km 이동..109일 걸려

[경향신문]

여름철새인 벙어리뻐꾸기의 월동 경로가 최초로 확인됐다. 새들은 한반도에서 4000㎞ 이상을 날아 인도네시아 동부에서 겨울을 보낸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에서 번식한 벙어리뻐꾸기(Oriental cuckoo, Cuculus optatus)가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 동부까지 약 4000㎞ 이상 이동해 월동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두견이목 두견이과에 속하는 여름철새 벙어리뻐꾸기는 동유럽과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 호주 북동부까지 분포하며 한국에는 5월부터 날아와 번식한다. 벙어리뻐꾸기의 이동 경로는 국제적으로 밝혀진 사례가 없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벙어리뻐꾸기 이동 경로 연구를 위해 지난해 5~6월 경기 양평군과 가평군, 강원 화천군에서 포획한 벙어리뻐꾸기 6마리에게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한 후 이동을 추적했다. 새들은 지난해 6월 말부터 7월 말에 번식지를 떠나 이동을 시작했다. 이 중 4마리는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 동부지역까지 평균 4691㎞를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인도네시아에 도달한 후 말루쿠우타라와 파푸아바랏에서 겨울을 보냈다. 나머지 2마리는 각각 중국 저장성과 대만 인근 해상에서 신호가 끊어졌으며 이동 중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벙어리뻐꾸기가 국내 번식지에서 인도네시아 월동지까지 이동한 기간은 평균 109일(95~115일)이었으며, 이동 거리는 하루 평균 약 43㎞(39~47㎞)였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벙어리뻐꾸기의 이동 경로와 국내에서 번식하는 무리의 월동지를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성과가 크다”며 “앞으로도 이동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철새를 대상으로 이동 경로 연구를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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