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본청·산하기관, '노동 인식' 개선 의지 안 보인다
노동전문가 "조직적 방해 의심"
[경향신문]
전남도가 본청과 산하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첫 ‘노동환경 실태조사’가 참여 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상기관의 30%는 아예 단 1명의 노동자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전남노동권익센터에 의뢰해 ‘감정노동자 고용현황과 노동환경 등에 대한 실태조사’(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는 공공기관 감정노동자의 인권보호 등을 위해 2019년 8월 제정된 ‘전남도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대상은 도청과 산하 공공기관 23곳, 도의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과 지원을 받는 각종 시설로 모두 69곳에 달한다. 도와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전남노동센터는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이들 기관 노동자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온라인 설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를 통해 해당 기관의 고위험 감정노동 분야를 파악하고, 노동자들이 겪는 갑질 실태 등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된 노동환경 실태조사는 참여율이 저조하다. 지난해 12월까지 두 달 동안 조사가 진행됐지만 20개 기관은 설문에 응답한 노동자가 단 1명도 없었다. 도 본청 노동자의 참여율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전남도가 지난해 11월 해당 기관에 공식 공문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 참여 협조를 요청했고, 전남노동센터에서도 수차례 참여를 독려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일부 기관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설문조사 참여’에 대한 안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공공기관 노동자는 “조사 소식은 들었지만 그동안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주소 등에 대한 안내가 없어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최근 상급자에 의한 ‘갑질’ 의혹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던 조사에 노동자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전남도와 기관 경영진의 낮은 ‘노동 의식’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노동전문가는 “1명도 응답하지 않은 기관이 20곳이나 된다는 것은 노동자에게 조사 사실을 안내하지 않는 등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도지사가 직접 나서 문제점을 점검하는 등 ‘노동 의식’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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