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신임 사무총장은 '코로나 백신 특허권' 일시 유예할 수 있을까

이윤정 기자 2021. 3. 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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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개국·국제단체 요청
미·영 등 부국들은 '반대'
총장은 일단 '중립' 입장
"제약사들이 기술 이전을"

[경향신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신임 사무총장(사진)은 코로나19 백신의 특허권을 일시 유예할 수 있을까.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WTO 본부에서 취임 이후 첫 총회를 주재했다. 화상으로 열린 이날 총회에서 164개국 대사들과 정부 고위 대표들은 코로나19 백신 특허권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는 지난해 10월 WTO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이사회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전 지구적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세계 90여개국을 비롯해 국경없는의사회,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단체 300여개가 지지를 표명했고 WTO의 주요 안건이 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특허권 면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그는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길 수 없다”며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WTO는 이전에도 특허권을 일시 중단한 전례가 있다. 1990년대 에이즈가 창궐한 아프리카에서 환자들은 돈이 없어서 비싼 에이즈 치료제를 구할 수 없었다. 2001년 WTO는 ‘의료 비상상황’에 직면한 국가가 특허권을 일시 중지해 에이즈 치료제 복제약을 저렴한 가격에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에이즈 환자 치료제 가격은 하루 0.21달러 이하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초국적 제약회사가 있는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호주 등 부국들의 반대다.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하기 위해 몇몇 통상장관들은 “향후 WTO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AP는 전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총장은 일단 중립을 지켰다. 대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초국적 제약사들이 개도국에 기술 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인도의 백신 제조사 세룸인스티튜트(SII)와 맺은 계약처럼 초국적 제약사들이 기술을 이전해 더 많은 백신을 생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백신 특허권 논의는 오는 10일 WTO TRIPS 이사회에서 다시 다뤄진다. 알자지라는 “특허권 면제보다는 개도국의 제조업체들에 더 많은 라이선스를 부여하도록 압박해 ‘합의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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