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장기 구금' 수순 밟나..기소 혐의 인정 땐 9년형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1. 3. 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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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쿠데타 저항” 편지에 선동죄
워키토키 사용 혐의 등 적용
미얀마 군부, 추가 기소 계속
‘저항’에 경고, 장기 집권 포석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각종 혐의로 기소해 최대 징역 9년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군부는 추가 혐의를 발굴해 수지 고문을 사실상 무기한 구금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민주화 시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수지 고문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거하고, 장기 집권 토대를 쌓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형법과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수지 고문을 추가 기소했다고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수지 고문에게 형법 505조의 선동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달 1일 쿠데타로 자택에 구금된 수지 고문이 “저항하라”는 편지를 남긴 것이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또 수지 고문에게 허가받지 않은 워키토키 6대를 사용한 혐의도 적용했다.

군부는 앞서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한 혐의(수출입법 위반)와 지난해 11월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 코로나19 방역 규칙을 어긴 혐의(국가재난법 위반)로도 수지 고문을 기소했다. 법정에서 이들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최대 징역 9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군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추가 혐의 발굴에 착수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1일 국영TV 연설에서 수지 고문이 이끌던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의 재정 남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부는 수지 고문이 2012년 설립한 자선재단의 돈세탁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NLD가 선임한 변호인 킨 마웅 조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수지 고문이 얼마나 더 많은 혐의를 받을지 확실히 말할 수 없다”면서 “지금 이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지 고문의 행방도 묘연하다. 군부는 일주일 전쯤 자택에 구금했던 수지 고문을 다른 장소로 옮겼다고 미얀마나우가 이날 보도했다. 수지 고문의 변호사는 구금 한 달 만에 재판받는 수지 고문의 모습을 영상으로 접했으나, 수지 고문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있다. NLD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더 이상 수지 고문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미얀마나우에 말했다.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군부가 수지 고문을 감금하는 이유는 장기 집권의 토대를 쌓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민주화 시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수지 고문과 대중의 접촉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수지 고문에 대한 거듭된 기소는 쿠데타에 저항하는 집권 NLD 의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 전 보고관은 “쿠데타 직후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일종의 임시정부 기능을 하는 5년 임기 의회대표위원회(CRPH)를 구성했다”면서 “두 정부가 들어선 것처럼 외부에 비치는 것을 꺼리는 군부는 수지 기소를 통해 의원들에게도 선동죄로 잡아 가둘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군부는 CRPH 수뇌부 의원 17명에게도 선동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미얀마 시민들은 2일에도 ‘맨몸’ 저항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도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총을 맞고 쓰러진 시민의 사진들이 올라왔다. 혼란을 틈타 군경이 시민을 약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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