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서 반복되는 비극 '사라지는 학생들'
[경향신문]
경제난에 ‘돈벌이 납치’ 빈번
NYT “3주에 한번꼴 발생”
정부 사실상 치안 포기·방관
2014년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 북부의 한 기숙학교에서 여학생 300여명을 납치했을 때 전 세계는 분노로 들끓었다. 당시 미국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까지 ‘우리의 소녀를 돌려줘’ 해시태그(#) 캠페인에 동참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사실상 치안을 포기하고 납치를 방관했다고 지탄받았다.
7년이 흐른 현재 나이지리아에 난립한 각종 무장단체들의 기숙학교 학생 납치 사건은 더욱 빈번해졌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에는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한 기숙학교에서 여학생 300여명이 납치됐다. 그 1주일 전쯤에도 대학생과 교직원 47명이 납치됐다. 지난해 12월엔 340여명의 중학생이 납치됐다.
뉴욕타임스는 1일 “지난해 12월 이후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는 3주에 한번꼴로 대형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에 빠져든 나이지리아에서 학생 납치가 수익성 높은 사업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무장단체들이 학생들을 납치한 후 협상을 통해 몸값을 챙기고 풀어주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의 지정학연구소 에스비 모르겐(SB Morgen)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6~2020년 나이지리아에서 몸값으로 지불된 금액이 1100만달러(약 123억7800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무장단체들이 부유한 계층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납치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숙학교 학생들이 가장 손쉬운 타깃이 되고 있다. 무장단체의 주요 활동 지역인 나이지리아 북서부 지역에는 기숙사 형태의 학교가 많고, 대부분의 기숙사들이 치안에 취약한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어린 학생들이 납치되면 국제적 공분을 사기 때문에 오히려 몸값이 더욱 올라가는 효과까지 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납치 범죄들은 정부가 모든 치안력을 집중해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몸값을 받아내 거액을 번 무장단체는 다른 무장단체들에 하나의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현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나이지리아 정부는 빈번해지는 납치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심지어 일부 공무원들은 그 사이에서 몸값의 일부를 가로채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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