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잠' 입은 내 아바타 "입학식 가요"

노정연 기자 2021. 3. 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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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순천향대, '메타버스 입학식' 개최

[경향신문]

가상 대운동장에 모인 신입생들
총장 인사말 듣고 동기와 인사
현실·가상 경계 없는 3차원 공간
SKT ‘점프VR’ 플랫폼 통해 구현
사람과 대면 없이 실제 활동 가능

올해 순천향대 신입생 입학식날인 2일 아침, 의용메카트로닉스공학과 새내기가 된 서인하씨는 집을 나서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가상현실(VR)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다.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고 대학교 ‘과잠’(학과 점퍼)까지 입은 후 입학식 방에 입장하자 ‘메타버스’로 구현된 순천향대학교 대운동장이 펼쳐졌다. 각자의 아바타로 대운동장에 모인 신입생들은 메타버스 안에서 총장의 인사말, 신입생 대표의 입학선서를 듣고 담당 교수, 동기들과 인사를 나눴다.

SK텔레콤은 이날 순천향대 입학식을 자사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입학식에는 2500명 순천향대 신입생들이 ‘점프VR’ 앱을 통해 아바타로 참석했다. SKT 관계자는 “앞으로 대학들이 가상현실로 주요 학사일정을 진행하는 ‘메타버스 캠퍼스’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3D) 가상공간을 말한다. 그동안 게임 속 가상세계로만 여겨졌던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급증하며 일상 가까이 다가왔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에 접속해 본인을 대신하는 아바타로 다양한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가상공간 안에서 회의를 하거나 공연을 감상하고, 서비스와 물건을 구매하는 등 현실세계와 유사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바타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이 각광을 받으며 메타버스는 전 세계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의 놀이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3차원 가상세계에서 게임이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을 제공하는 미국의 ‘로블록스’는 19세 이하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회사 가치가 1년 만에 7배 이상 치솟았다. 월간 서비스 이용자는 1억5000만명에 달한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9월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쇼케이스나 기자간담회가 아닌 에픽게임즈의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전자통신 기업들은 이용자들의 가상경험을 확장하며 메타버스 전반에 대한 이용 증가와 서비스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SKT는 지난해 10월 최대 100명의 아바타가 가상공간에 동시 접속해 콘퍼런스 등 대형 모임을 할 수 있는 ‘버추얼 밋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번 순천향대 입학식에도 버추얼 밋업 기술이 적용됐다.

메타버스와 결합한 패션 마케팅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는 지난달 글로벌 브랜드 ‘구찌’와 제휴를 맺고 60종의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제페토 메타버스 속에 구현된 ‘구찌 빌라’에서 해당 아이템들을 아바타에 직접 착용해 보고 제페토 내 유료 화폐인 ‘잼’으로 구매도 할 수 있다. 14잼 기준 1200원으로 최고가 상품인 구찌 체인백과 버킷백은 35잼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시장의 급부상으로 VR과 AR을 보다 실감나게 구현할 기기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 애플, 구글 등이 AR 기기 개발에 다시 속도를 내는 등 관련 산업도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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