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지원금 삭감한 영국..인도주의 지원 축소 전세계로 확대되나
[경향신문]
내전과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기근에 시달리는 예멘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은 올해 예멘에 보낼 지원금을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선진국들에도 경기 불황이 닥쳐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지는 인도주의 지원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제임스 클레벌리 부장관은 1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유엔 예멘 지원 회의에서 지난해 1억6400만파운드(2561억원)였던 예멘 인도주의 지원금을 올해 8700만파운드(약 1356억원)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클레벌리 부장관은 이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영국 정부의 재정 압박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 지원금 삭감은 사형선고와 같다”고 말했다. 유엔은 성명에서 “2800여만 예멘 인구 중 16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400만명은 전쟁을 피해 그들의 집에서 떠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2014년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장악하며 촉발된 예멘 내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사우디와 미국 등이 예멘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며 전쟁에 개입해 분쟁이 심화됐으며,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예멘의 경제 사정은 매우 악화됐다.
이날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예멘에 보낼 지원금을 지난해보다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예멘에 보내진 인도주의 지원금은 전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예멘에 보내진 지원금이 2019년 약 41억달러(약 4조6100억원), 2020년 약 22억달러(약 2조 4700억원)인 것으로 집계했다.
국제구호단체 재난구호위원회(DEC)는 예멘·소말리아·남수단·아프가니스탄·시리아·콩고민주공화국·방글라데시 로힝야 등 7개 빈곤국 혹은 집단의 14개 자선단체에서 근무하는 활동가와 유엔 관계자 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인도주의 지원 상황이 지난 십년 중 ‘최악’이라고 답한 비율은 73%에 달했다고 1일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이들은 보고서에 “부유국들이 방역과 경기 침체와 싸우면서 인도주의 지원 자금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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