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올해는 최대한 등교 늘릴 것"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오창민 논설의원 입력 2021. 3. 2. 21:18 수정 2021. 3. 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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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경향신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5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9층 교육감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양극화를 우려하며 “올해는 등교수업이 최대한 이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956년 전북에서 태어났다. 진보 성향의 사회학자로 참여연대 창립을 주도하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의장 등을 지냈다.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다 2014년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2018년 재선에 성공해 학생중심주의·교사우선주의·학부모참여주의 기치를 내걸고, 시민 전체를 미래 세대 교육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의 등교가 뉴스가 되는 시대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자 학부모들이 겪은 불편은 상상 이상이었다. 전국의 초·중·고교가 일제히 개학한 2일 아침 일찍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났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19가 혁명적인 방식으로 우리 교육의 맨 모습을 드러냈다”며 “교육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올해는 최대한 학교 문을 열겠다”고 했다. 조 교육감과는 지난달 25일 밤에도 만나 코로나 시대 학교의 역할과 자율형사립고 관련 소송 등 교육 현안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코로나19 교육 공백

원래 늘 그 자리에 있었던 학교
갑자기 증발하며 소중함 깨닫게 돼
지난해 고3 중심 등교수업 했지만
초·중학교 저학년 등교 늘리기로

- 코로나19로 지난 1년 미래 세대의 교육 공백이 크다.

“학교는 원래 늘 그 자리에 풍경처럼 있던 곳이었다. 누구나 그렇게 여겼다. 학교 건물은 그대로인데 학교의 역할이 갑자기 증발해 버렸다. 학교의 소중함을 깨닫고, 학교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

-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학력은 단지 입시나 취업을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옳고 그름을 가리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공동체 속에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역량이다. 기초학력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할 인권이다.”

- 학교에 가지 않으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더 좋다는 학생들도 있다.

“스스로 공부하는 역량이 갖춰져 있거나 부모의 학력 및 사회경제적 위치가 높은 학생 가운데 일부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거리를 둔 덕분에 성적이 올랐다고 믿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 역시 문제다. 자칫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관심을 방기하는 태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 교육청의 학부모 설문 결과를 보면 등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방역당국과 협의가 필요하지만 최대한 등교수업을 할 계획이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등교를 늘릴 것이다. 지난해에는 입시 때문에 고3 중심으로 등교수업을 했는데 솔직히 교육적으로는 맞지 않다. 일선 교사들이 창의적으로 등교를 늘린 모범 사례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영신초등학교는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다르게 하는 이른바 ‘시차 등교’로 전 학년이 매일 등교했다.”

- 교사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차 백신 접종 계획은 이미 수립됐지만 만약 백신이 추가로 확보되면 교원에 대한 선제적인 백신 접종을 청와대와 보건당국에 요청하겠다. 선생님들이 코로나19 위험에서 벗어나야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교육 지원을 할 수 있다.”

- 교육청 산하 공립도서관들도 웬만하면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노조와 협의가 필요하다. 올해는 최대한 열도록 하겠다.”

자사고 폐지 갈등

교육청, 자사고 평가 재량 가져야
법원의 취소 처분 제동 동의 못해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일반고 전환 차질 없이 진행될 것

- 배재·세화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취소 처분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는데.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했고, 행정처분 과정에도 아무런 법률적·행정적 문제가 없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 서울시교육청이 일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교육청은 자사고 평가제도를 운영할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이나 교육환경의 변화, 자사고 운영에 따른 문제의 해소 등을 위해 평가 기준의 변경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 2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일반고 전환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다.”

- 고교 평준화의 우월성, 자사고 폐지의 당위성을 얘기하는 인사들이 정작 자신의 자녀들을 외국어고 같은 특목고나 자사고에 많이 보낸다는 지적이 있다.

“저 또한 자녀를 외고에 보냈다. 자녀를 외고에 보낸 사람이 외고·자사고 등을 폐지하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다만 어떤 왜곡된 제도라 하더라도 개인은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자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이 일종의 딜레마 상황을 초래한다.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제도 개혁을 통해 딜레마 그 자체를 해결하고자 한다.”

- 박정희 정권은 중학교 무시험제와 고교 평준화 정책을 만들고, 전두환 정권은 사교육 금지 조치를 했다. 교육정책을 잘했다고 독재정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당시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시민들은 일방적으로 그냥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정책을 만들어 적용할 때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을 고려하고 이해하며 협의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해도 정책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발생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서 정책 하나에 누가 혜택을 받고 못 받고 어디가 경제적 영향을 받는지까지 고려할 것이 너무 많다. 지금 정부가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처럼 학원 금지, 과외 금지 등등을 일방적으로 시도하면 반발이 거셀 것이다.”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과열

사회경제적 불평등 확대된 상태서
수능이든 학종이든 상관없이
부모의 계급에 따른 과잉경쟁 변질
지속적으로 공교육 역량 강화해야

-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수능)시험을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정시모집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중심의 수시모집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 교사에 대한 불신이 깊다.

“‘수능이냐 학종이냐’는 본질적인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된 상태에서 대입이 1차 병목으로 작동하고 있는 한 수능이든 학종이든 출혈 경쟁을 피할 방법이 없다. 오로지 수능만으로 대입전형을 운영하자는 것은 이전 학력고사 방식의 객관식 문제 풀이로 회귀하는 것이다. 시대적·세계적인 교육 발전 흐름에 역행한다. 학교 교육, 학생부, 교사에 대한 불신은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투명한 학생부종합전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교육부와 교육청이 할 일이다. 더디게 보일 수 있겠지만 매년 개선되고 있다.”

- 수능 시험 풀어봤나. 국어 ‘킬러 문항’이나 수학 29·30번 문제 등은 학교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직접 풀어보지는 않았지만 매년 킬러 문항이 나와 수험생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그 문항으로 등급이 나뉘는 현상을 매우 안타깝게 보고 있다. 촘촘하게 학생을 변별해야 하는 수능의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제되는 상황이다. 영어 등 일부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됐는데 나머지 과목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면 이렇게 무리한 문제 출제도 완화되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한 전제로 대학 서열화가 완화되어 대입에서 이런 촘촘한 변별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 몇몇 언론이 서울교육연구정보원 정책연구 결과를 인용해 혁신학교 정책을 비판했다. 혁신학교에 보내면 자녀의 성적이 떨어진다는 게 학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인 것 같다.

“정책 연구보고서에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이 저하되었다고 언급한 부분이 없다. 보고서에서 ‘체험은 했지만, 배움은 없는 교육에 그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혁신학교 기초학력 관련 문제의식이 아니라 혁신미래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모든 학생에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수업에 소극적인 학생도 더 세심하게 살피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학력이 단순히 시험을 잘 치르는 능력이 아니라 소통·협력·배려·존중 등을 포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혁신학교 학력 우려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 한국인의 계급은 만 18세에 결정된다. 부모 계급도 자녀가 어느 대학에 가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사교육 투자가 성행한다.

“경쟁이 아무리 극단화해도 공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으면 그 파괴적 결과는 그나마 완충될 수 있다. 하지만 과잉경쟁은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는 ‘그들만의 경쟁’으로 변해가고 있다. 현재의 교육경쟁이 비합리적 경쟁으로 작동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부도덕한 경쟁’으로 작동하고 있다.”

- 가정 형편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취업난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교 졸업생들도 많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랑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론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차별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여서 마음이 무겁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차별당한다는 불안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선택으로 인한 낭비 등의 문제가 쌓여 가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감으로서 미래 직업 수요를 반영한 직업계고 학과 개편을 실시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어울리는 현장 전문가를 기르기 위해 직업계고 중 4곳을 AI 전문으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언론도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한 이들이 지닌 잠재력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 학교에 정규직 교사 외에도 교무·전산실무, 스포츠강사, 사서, 조리사, 통학차량 운전기사 등 비정규직이 많다. 교육청 정문 앞에선 늘 비정규직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매우 복합적이다. 예컨대 돌봄 문제는 기존 교원과 돌봄노동자의 요구가 서로 부딪치면서 제기되고 있다. 교원의 업무 경감 요구,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 돌봄의 지자체 이관이 민간위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긴급돌봄 상황에서 돌봄 업무가 교사에게 주어지는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각종 단체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 중이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인권을 보장하고 서로 존중하며 민주적 절차에 충실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현재의 갈등은 결국 좋은 방향으로 풀리리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지금 벌어지는 갈등은 학교 밖 사회 갈등 구조가 학교 안으로 들어온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와 학교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 사건 발생 10년 만에 용화여고 ‘스쿨 미투’ 가해 교사가 최근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동안 재판정에서 고통스러운 진술을 통해 오늘의 판결을 이끌어 낸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격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피해자들이 그 고통을 감내한 것은 다시는 우리 학교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준엄한 명령이다. 용화여고 스쿨 미투의 진행 과정을 되돌아보고 법령 등을 보완하겠다. 학생 대상 성범죄에 더욱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 취임사에서 교사들이 잡무에 시달리지 않게 하겠다고 했는데 실천했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업무 간소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방역과 원격수업을 위한 최소 필요사업 외에는 생략하게 했고, 학교 예산도 방역과 원격수업에 최대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각종 예산과 공문을 전격적으로 뺄셈한 것인데, 중요한 것은 뺄셈으로 생긴 여백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것이다. 관성적인 행정은 뺄셈을, 교육과 보살핌은 덧셈을 하겠다.”

- 교육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을 평가하면.

“교육정책 방향은 옳았다고 본다. 중앙집권적으로 가지고 있던 교육에 대한 권한을 각 시·도로 서서히 이양했고, 시·도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교육을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줬다. 한 사람을 위한 교육이 아닌 모든 이를 위한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한다. 다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교육 문제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헤쳐나갈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그것이 국가교육위원회든 아니면 다른 위원회든 교육전문가와 교사, 학부모 등 교육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 최근 유치원 무상급식을 제안했다.

“서울지역의 3~5세 아동 유치원 무상급식에는 약 834억원이 필요하다. 유치원 무상급식의 재원은 서울시 자치구와 분담해 확보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분담비율은 기존 무상급식과 같이 서울시교육청 50%, 서울시 30%, 구청 20%이다.”

- 서울시장이 동의해야 가능한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참여하는 후보들에게 제안해 여당 후보로부터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야당 후보들로부터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교육감을 6년 넘게 하면서 느낀 게 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복지가 너무 파편화되어 있다. 제공하는 기관도 교육부, 교육청, 시·도, 구청, 여성가족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통합 운영이 안 되고 있다. ‘통합 교육복지’의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오창민 논설의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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