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려니 몰래 샀지".. 2·4대책 이후 실수요자들 혼란 가중

나진희 2021. 3. 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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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대규모 공급 대책을 예고한 2·4대책 이후 집값 상승세를 놓고 상반되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도 혼란이 감지된다. 광명·시흥 신도시에 7만 가구 등이 쏟아지며 집값 ‘폭락’이 시작되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발표 전 몰래 토지를 매입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폭등’을 예견하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 2·4대책의 효과가 시장에 반영됐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라며 집값 하락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집값 전망 놓고 온라인 커뮤니티 갑론을박… 실수요자들 혼란 

최대 규모의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4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집값 전망을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이 목격된다. 

집값 상승을 예견하는 측은 “정부나 언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2∼3년은 더 오를 것이다. 정부 대책을 아직도 믿는 사람은 20번 넘게 속고도 또 속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4번의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실패한 것을 꼬집은 의견이다. ‘폭락’ 전망 글을 몇몇 사람들이 수십차례 올리고 있다며 커뮤니티에 ‘폭락 알바’가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여당과 국토부가 ‘투기 세력이 거짓 최고가 신고로 부동산값 폭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최저가 허위 매물을 내놓아야 중개업소 손님이 늘어난다. 최고가로 신고하면 오히려 매물이 잠긴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7000평을 사전에 사들였다는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를 근거로 주택 가격 상승을 점치기도 했다. 개발이익이 크니 사전에 직원들이 투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LH를 상대로 토지 매입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실거래 인증글이 실종됐다”며 집값 폭등 전망에 근거가 없다는 의견도 보인다. 한 누리꾼은 “(투기) 업자들은 이미 치고 빠졌다”며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10∼15개는 되던 실거래 인증글이 최근에는 하나 찾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경험이 많은 다주택자’라고 소개한 또 다른 누리꾼은 현재가 집값 폭락 전 분이기와 비슷하다며 “집값이 하락할 조짐인데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투기 세력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안감을 부추겨 호가만 높이고 있다는 내용의 글에는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올랐다” vs “주춤했다” 상반된 조사 결과도 

전문 기관의 상반되는 시장 조사 결과도 수요자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민간 통계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1.14%로 전달 상승률 1.27%보다 소폭 하락했다. KB가 조사한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서울이 121로, 전월(127)보다 떨어졌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상승으로 보는 비중이 높은 것을, 100 미만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KB 리브부동산은 “지난달에는 앞으로 서울의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소폭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2일 정부기관인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51% 상승했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1.17% 상승해 2008년 6월(1.80%) 이후 12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조사는 1월 12일부터 2월 15일까지 5주간의 변동률을 조사한 것으로,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에 따른 시장의 초기 반응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2·4대책 효과 판단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2·4대책의 효과 여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국민이 국토부 장관의 이름을 알 정도로 부동산이 이슈가 되고 있으니 집값 전망에 다들 관심이 많은 것”이라며 “다만 지금 시점에서 집값 하락을 논하기는 좀 빠른 감이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고 2월에는 설 연휴 등이 끼어 시장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편이었다. 2·4대책의 영향이 있는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도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으로 시장에 관망세가 존재한다”면서도 “아직 하락 전환을 얘기하기엔 이르다. 계절적 성수기와 절세매물 출회가 도래하는 5월까지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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