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사상 최대 매출에도 마냥 기쁘지 않은 이유

강승태 2021. 3. 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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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큰 악재를 뚫고 이마트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19년 2분기만 해도 이마트는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큰 위기에 빠졌다. 급기야 2019년 하반기에는 이마트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원진 일부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그럼에도 지난해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이마트는 더욱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모든 어려움을 뒤로 하고 처음으로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마트의 낮은 영업이익률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마트 매출 증가가 일시적 현상으로 경쟁사 점포 축소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올해 실적은 이마트의 향후 성장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마트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했지만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

▶체질 개선 성공한 이마트

▷이마트24·트레이더스 등 대폭 성장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2조330억원으로 2019년 대비 15.6%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역시 2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4% 증가했다.

이마트 매출이 증가한 1차적인 이유는 마트 외의 다른 사업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등 공신은 바로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9% 성장한 2조337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312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843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3개의 신규 트레이더스 점포를 출점했다. 신규 출점 효과에 힘입어 트레이더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크게 늘었다.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등을 중심으로 한 전문점 역시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이마트 전문점 매출은 1조2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노브랜드는 2016년 첫 매장을 낸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198억원)에 성공했다. 현재 노브랜드는 이마트 전문점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몇 년간 이마트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바로 전문점 사업이었다.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이마트는 2년 새 약 100여개의 전문점을 폐점했다. 대신 노브랜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전문점 사업 전체로 보면 여전히 적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노브랜드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면서 조만간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편의점을 담당하는 이마트24 역시 외형이 크게 확대됐다. 이마트24 매출은 전년 대비 20.1% 증가한 1조626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24가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3분기 5000개 점포를 돌파한 이마트24는 분기 기준 흑자전환(3분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마트 여러 자회사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그룹 온라인 통합몰인 SSG닷컴(쓱닷컴)이다. 쓱닷컴 지난해 총 거래액은 3조9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매출 증가폭은 더 크다. 지난해 매출은 1조2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3.3% 증가했다. 수익성 역시 개선되고 있다. 쓱닷컴은 지난해 흑자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영업 손실 규모(469억원)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주력 사업 마트 선전했지만

▷절반의 성공, 수익성은 되레 악화

이마트의 다양한 신규 사업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문제는 주력 사업인 할인점(마트)이다.

이마트 할인점 지난해 매출은 11조25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마트 역시 지난 3년간 마트 사업 매출은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였다. 3년 만에 할인점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이마트 할인점 사업의 매출 증가가 본원적인 경쟁력이 회복됐기 때문인지, 외부 다른 요소 영향인지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마트 측은 할인점 매출 증가에 대해 “집밥 열풍에 힘입어 신선식품 수요가 크게 늘어났으며 체험형 매장의 성공적인 도입이 할인점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취임 이후 이마트는 적극적인 점포 리뉴얼에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만이 줄 수 있는 ‘체험형 요소’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월계점과 신도림점 등 9개 점포를 새롭게 단장했다. 최근 이마트가 프로 야구단을 인수한 것 역시 체험형 매장 확대 일환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존 점포 리뉴얼과 매장 혁신 등은 이마트 할인점 매출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이것만으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유독 이마트만 매출이 증가한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특히 경쟁 상대인 롯데마트나 홈플러스가 지난해 마트 매장을 대폭 줄이면서 이마트가 일시적인 반사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롯데마트는 판관비 등 여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대폭 점포 축소에 나섰다. 2019년 말 124개였던 매장을 약 10% 줄여 지금은 112개만 남았다. 홈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등을 잇따라 매각했다. 대형마트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매장 수를 줄이면서 이마트가 상대적인 수혜를 입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회사 내부적으로는 올해야말로 이마트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전반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이마트 영업이익률은 겨우 1.1%에 불과하다. 2013년 한때 이마트 영업이익률은 7.1%(영업이익 7350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매년 감소 추세다.

영업이익 역시 2017년 5849억원에서 2018년 4628억원으로 줄었고 2019년 150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이마트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는 할인점 외의 다른 사업에서 적자폭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할인점은 점포 리뉴얼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이마트는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오프라인 점포를 폐점하지 않고 리뉴얼을 선택했다. 대신 실적이 나오지 않았던 삐에로쑈핑, 부츠 등 전문점 점포만 축소하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의 밑바탕에는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가 깔려 있다. 이마트가 예전처럼 4~5%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는 쓱닷컴의 경쟁력 강화다.

이마트의 여러 사업 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는 바로 온라인 유통이다. 할인점 사업의 경우 여러 규제와 유통 환경 변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노브랜드 사업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규모 면에서 주력 분야로 삼기 부족하다. 편의점 사업 역시 경쟁이 워낙 치열한 만큼 더 이상 성장은 쉽지 않다. 결국 쓱닷컴이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이마트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

쓱닷컴은 올해 거래액 목표를 4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수준이다. 핵심 전략은 온·오프라인 협업 강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쓱닷컴의 강점”이라며 “쓱닷컴 자체 성장은 물론 온·오프라인 간 융합을 어떻게 극대화할지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 내 이마트 입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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