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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넌 누구냐..정말 1억 향해 달려가나

명순영, 나건웅 입력 2021. 03. 0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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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싸다’는 발언 이후 연일 급등하던 비트코인은 다시 폭락세를 보였다. 국내 거래 사이트에서도 하루 새 1000만원 이상 떨어지는 등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암호화폐 상승세를 낙관하는 목소리는 잦아들고 비관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그러나 버티고 버티면(?) 비트코인 1억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여전하다.

▶머스크 입이 좌지우지한 암호화폐

▷테슬라 주가도 비트코인 따라 출렁

비트코인 가격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입방정에 ‘놀아났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지난 1월 4만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은 이후 급락해 3만달러 선이 붕괴됐다. 무너질 것 같았던 비트코인을 끌어올린 주역이 바로 머스크다. 그는 2월 1일 최근 가장 ‘핫’한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8년 전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다”며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좋은 것이며,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밝혔다. 2018년 “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0.25개뿐”이라며 암호화폐 투자와 선을 그은 지 불과 3년도 채 안 돼, 비트코인 전도사로 변신한 모습이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비트코인은 폭등세를 보였다. 2월 16일 사상 처음으로 5만달러를 돌파했다. 머스크를 ‘파파’로 추앙하는 개인 투자자가 비트코인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은 비트코인의 밝은 미래를 공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비트코인은 최고 5만8000달러까지 뛰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은 6000만원을 넘겼다. 연초 3000만원대에서 거의 두 배 올랐다. 테슬라는 머스크의 발언을 행동으로 옮기듯, 15억달러 규모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자동차 구매 때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까지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 가격을 폭락시킨 장본인 역시 머스크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그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고, 이후 내림세가 이어졌다. 마침 주요국 금융 수장이 암호화폐 ‘안티’ 발언을 더했다. 미국 경제 수장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거래 수단으로서 매우 비효율적인 수단이며 투기적 자산”이라며 “(비트코인 거래)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 소모량이 뉴질랜드 전체의 연간 소모량과 비슷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심한 자산이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2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이상 급등이 아닌가 싶다. 비트코인 가격이 왜 이렇게 높은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여야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비트코인 관련 전망을 요청하자 “워낙 급등락하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망이 현재로서는 아주 힘들다”면서도 “암호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고 나름의 의견을 밝혔다. 암호화폐 가격 급등을 염려한 발언이 이어지자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최고점 대비 20% 가까이 미끄러졌다. 2월 24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5만달러 선에서 움직인다.

다른 암호화폐도 비트코인과 같이 움직였다. 이더리움은 업비트 기준 2월 20일 235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하락과 함께 무너져 2월 23일 154만원을 기록해 이틀 만에 34%나 하락했다. 이후 180만원대까지 일부 회복했으나 최고점 대비 20% 하락한 상태다. 이더리움 가격 급하락으로 패닉셀이 이어지자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서는 이더리움을 포함한 이더리움 계열(ERC-20)의 모든 암호화폐 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거래량 폭증으로 네트워크 사용량이 늘어나며 거래에 요구되는 수수료가 치솟아 거래 처리가 지연된 탓이다. 빗썸은 2월 22일 자정 전후로 1시간 동안 서비스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비트코인 ‘급등’한 이유

▷개미 + 월가 고래 가격 띄우기

개인 투자가 주를 이뤘던 2017년과는 달리 최근에는 ‘고래’들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권 큰손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덩치가 큰 자본이 투입되면서 개인도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테슬라와 함께 비트코인 투자로 가장 유명한 기업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일론 머스크를 비트코인 시장에 ‘입문’시킨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CEO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 자산을 모조리 투자했다. 이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전환사채를 두 차례나 발행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비트코인 빚투’ 규모는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2월 기준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9만개, 그 가치는 45억달러(약 5조원)에 이른다. 투자에 쓴 돈은 21억7000만달러로 현재 수익률이 100%를 훌쩍 넘는다.

글로벌 IT 기업과 달리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전통의 금융사들도 비트코인 투자에 발을 담그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펀드 투자리스트에 ‘비트코인 선물’을 추가하면서 비트코인 투자에 가세했다. 그간 암호화폐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금융사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마저 자회사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 상품 제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골드만삭스, JP모건 등도 머지않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암호화폐 투자사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신탁 상품 규모는 무려 310억달러에 달한다.

▶암호화폐 결제, 상용화 움직임

▷다날 ‘페이코인’ 1000% 이상 급등

그간 암호화폐는 ‘화폐’보다는 ‘자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암호화폐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플랫폼과 기업이 늘어나면서 ‘암호화폐 결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중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에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테슬라뿐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AT&T 등 비트코인 결제를 인정한 기업 수와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애플도 암호화폐 결제에 조만간 뛰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결제 플랫폼인 ‘애플월렛’과 ‘애플페이’를 활용해 암호화폐 거래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얘기로 벌써부터 암호화폐 투자 시장과 커뮤니티가 들썩인다.

상품 서비스 판매 기업뿐 아니라 결제 대기업도 암호화폐 솔루션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미국 지불결제 기업인 페이팔이 신호탄을 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5종을 통한 결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 마스터카드 역시 올해 말부터 가맹점에 ‘암호화폐 결제 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현재도 마스터카드를 통해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하기는 하다. 단 지금까지는 거래 전 암호화폐를 달러 등 법정화폐로 변환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환전 과정 없이 암호화폐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암호화폐 결제 상용화 움직임이 포착된다. 전자결제대행 업체 ‘다날’ 자회사인 ‘다날핀테크’는 ‘페이코인(PCI)’으로 편의점·음식점·서점 등 약 6만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상반기 내 선보일 예정이다. 페이코인 앱에서 비트코인을 페이코인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카드 포인트와 비트코인을 연동한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앱 출시 발표 이후 지난 1년간 변동이 없던 페이코인 가격은 1000% 이상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암호화폐 실험 시작한 각국 정부

▷中, 디지털화폐 초읽기…加, ETF 승인

암호화폐를 대하는 각국 정부 움직임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단순히 규제 대상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나아가 ‘화폐’로서 가능성을 시험하는 곳도 늘어나는 중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중국은 이미 4개 도시와 베이징올림픽촌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테스트를 마쳤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CBDC를 본격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럽 중앙은행도 ‘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BDC 발행 시 유럽 각국 발행량 조절이 가능하고 통화 흐름 추적도 쉽기 때문에 제2의 유로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구체적인 디지털 유로화 추진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러 국가가 연합해 CBDC 연구 그룹을 설립하는 등 미래화폐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다.

암호화폐를 디지털 자산으로 공식 인정하는 국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 등에서 암호화폐를 디지털 자산으로 보고 과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캐나다 증권위원회가 비트코인 ETF를 세계 최초로 승인하기도 했다.

문호준 디스트리트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는 “디지털화폐 발행은 비트코인 가격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화폐가 통용될 경우 비트코인의 화폐로서 가치는 떨어지겠지만 현재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실용성보다는 상징성, 즉 이미지가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화폐 전망이 좋다면 자연히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그래서 계속 오를까

▷변동성 높고 각국 규제 강화…의견 분분

투자자 초미의 관심사는 ‘비트코인을 지금 사도 될까’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거품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실제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늘 무서운지 모르고 치솟던 비트코인 가격은 2월 말 들어 5만달러 선에서 답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각국 정부 규제 움직임’은 비트코인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다. 특히 미국 정부가 근래 비트코인 급등 현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가장 큰 이슈다. 현재로서는 주요 국가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빠른 가격 상승은 과열 혹은 버블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새로운 자산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향후 성장성과는 별개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내재가치’도 약점이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채권이나 주식처럼 이자나 배당을 제공하지 않는다. 금처럼 실물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호준 애널리스트는 “최근 분위기가 좋다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 과거 시장을 분석한 결과 지금처럼 ‘장대음봉(시가 대비 종가가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면 하락장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트코인이 안정적으로 지지선을 구축하거나 전고점을 돌파하기 전에는 일정 부분 현금을 확보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긍정론 역시 만만치 않다. 미국의 온라인 결제 업체 스퀘어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말 1억7000만달러(189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0월 사들인 5000만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합치면 스퀘어의 전체 자산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다. 스퀘어는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CEO를 맡고 있는 업체다. 도시 CEO는 “비트코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치에 대해 정기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10만달러 돌파 가능성을 제시한 월가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가격 20% 이상 떨어진 게 뭐가 놀랄 일인가”라며 오히려 반문했다. 월가 시장 리서치·전망 업체인 펀드스트랫(Fundstrat)을 공동으로 설립한 뒤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을 분석하는 톰 리는 지난 2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대수롭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제시한 10만달러 목표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10만달러 목표 가격은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량 등을 따져 나온 가격이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비트코인 거래 금지’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본다. 오히려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시세에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고 주식 시장과 동조화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현재 분위기상 가격이 급락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에 묶인 테슬라 주가

수익 낸 줄 알았는데…주가 폭락에 울상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발언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하자, 테슬라 주가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특히 비트코인 급락장에서 테슬라 주가도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적극적으로 비트코인 투자에 관심을 보였던 머스크는 지난 2월 8일 공시를 통해 15억달러(약 1조668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이후 비트코인 시세가 폭등세를 보이며 비트코인 매수에 따른 수익도 엄청나게 불어났다. 15억달러는 테슬라 현금 보유액의 8%에 달하는 큰 액수다. 테슬라는 2월 20일까지만 따지면 최소 10억달러의 비트코인 평가 수익을 기록해 지난해 전기차 판매 수익보다 많은 돈을 쓸어 담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비싼 것 같다”는 머스크의 발언 이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지난 2월 23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장중 13% 하락한 주당 619달러까지 떨어졌고 다소 반등해 6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883달러(1월 26일 종가 기준)까지 올랐던 주가가 한 달여 만에 20%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21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편입된 상승 효과를 고스란히 반납했다. 지난해 마지막 가격(705달러)보다도 밑으로 내려가 올해 수익률은 결국 마이너스가 됐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8호 (2021.03.03~2021.03.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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