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김치 '한국 김치'라 이름 못붙이고 8개월째 속앓이

박수지 입력 2021. 3. 3. 05:06 수정 2021. 3. 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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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김치 수출업체들이 '대한민국 김치'라는 이름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수출 시장에서 '한국 김치'라는 프리미엄을 얻으려면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산 주원료'를 써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인 탓이다.

국내산 고춧가루 대부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용을 금지한 헥사코나졸 등의 농약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터라 국내 김치 수출기업들은 주로 수입산 고춧가루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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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산업진흥법 개정으로
'지리적 표시' 등록 길 열렸지만
비싼 국산원료로 국내가공해야
고추에 쓰이는 농약 미FDA서 금지도
김치업체들 아직 신청 못하고
정부에 재료 예외 허용 호소
수출용 비비고 포기김치. CJ제일제당 제공

국내 김치 수출업체들이 ‘대한민국 김치’라는 이름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수출 시장에서 ‘한국 김치’라는 프리미엄을 얻으려면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산 주원료’를 써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인 탓이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8월 시행된 개정 ‘김치산업 진흥법’에 따라 ‘한국 김치’ 또는 ‘대한민국 김치’라는 용어를 쓰려면 ‘지리적 표시’ 등록을 해야 한다.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에 규정된 ‘지리적 표시권’은 지리적 특성을 보유한 농수산물 또는 가공품 제조 업체가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인 지식재산권이다. 이천 쌀, 보성 녹차, 보르도 와인, 나폴리 피자가 대표 사례다. 국내에서 국가명 지리적 표시권을 도입한 건 ‘한국(고려) 인삼’ 이후 김치가 두 번째다.

최근 김치의 수출 증가세가 뚜렷한 가운데 저가의 외국산 김치가 세계 시장에서 한국 김치로 둔갑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정부와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된 터라 법 개정은 어렵지 않았다.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4243만달러로, 2019년(1억479만달러)보다 36% 증가했다. 수출국만 일본과 미국을 포함한 85개국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김치가 면역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수출 증가폭이 가팔랐다.

그러나 정작 법 시행 8개월째 국내 김치 업체 중 국가명 지리적 표시권을 등록 신청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표시권 취득 요건이 까다로워서다. 농수산물품질관리법을 보면, 농수산가공품은 ‘대상지역에서만 생산된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해당 지역에서 가공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표시권 등록이 제한된다. 김치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된 주원료(혼합 비율이 높은 3개 이내 원료)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가공해야만 표시권 취득이 가능한 셈이다. 주원료는 김치마다 제각각이지만 배추, 무, 고춧가루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김치업체는 “이상기후와 재해에 따라 원재료 수급 문제가 크다”며 ‘예외’를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가령 ‘배추 파동’ 등이 있을 때 주재료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가격 변동성도 급격히 커진다. 이에 김치협회는 최근 인증 실무를 담당하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이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수출용 종가집 김치. 대상 제공

업계는 또 ‘통관 리스크’도 제기한다. 국내산 고춧가루 대부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용을 금지한 헥사코나졸 등의 농약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터라 국내 김치 수출기업들은 주로 수입산 고춧가루를 쓰고 있다. 주원료인 고춧가루가 수입산인 터라 지리적 표시권을 취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업계 항변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론적으로 “업체가 지리적 표시 등록을 신청하면, 심의 분과위원회에서 심사한 결과로 결정된다”면서도 ‘원칙론’을 강조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미 지리적 표시 등록을 한) 여수 돌산갓김치도 모든 재료의 수급과 가공을 여수에서 한다”고 말했다. 김치에만 주재료 요건 등에 예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김치업계 의견을 수렴할 관련 공청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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