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소경쟁..SK·현대차 만들겠다는 '블루수소' 뭐가 다를까
SK그룹이 '블루수소' 양산 시간표를 2025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2030년부터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예고한 상황에서 미래수소시장 선점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소는 다 똑같지만 생산 과정은 다 다르다. 간단히 말해 수소 양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만드는데 많은 돈이 든다. 싸게 만들면 당장이라도 양산할 수 있지만 친환경 미래에너지로서 의미가 없다. 반면 친환경에 집중하다보면 생산비용이 비싸져 사용할때 손이 떨린다.
호주 등 수소산업 선진국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호주는 값싼 갈탄을 원료로 수소를 만드는 기술을 일본과 손잡고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 탄소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브라운수소'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 등도 가스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레이수소' 등을 우선 상용화하고 있다.
이들이 그레이·브라운수소를 우선 생산하는건 수소시장 개척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사오는 한국·일본 등의 입장도 급하지만 당장 에너지를 팔아 먹고사는 호주나 중동의 입장은 더 급하다. 석유나 석탄, 가스 다음을 책임질 수출원을 만들지 못하면 국가경제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
SK그룹이 중간단계인 블루수소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SK그룹은 천연가스 사업에 잔뼈가 굵다. 이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고 탄소를 별도로 모아 처리하는 블루수소는 그린수소로 가기 위한 최적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의 수소사업 구체화는 수소경제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수소 대전환이 이제 멈출 수 없는 명제가 됐다. 특히 현대차와 포스코의 프로젝트는 곧바로 그린수소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소가 '에너지화폐'가 될 수 있다"는 정의선 회장의 말도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그린수소는 말 그대로 생산 과정에서 전혀 탄소가 나오지 않는 수소다. 물 전기분해에 필요한 전기도 청정에너지로 얻어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의 혁신적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광량과 풍량이 부족한 한국은 에너지선진국들과 협력해야만 구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호주 국영 연구기관 CSIRO(연방과학원)와 손잡고 액화수소 대량운송기술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은 이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민간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현대차와 포스코가 역시 공동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을 위해서도 수소 대량 수입은 필수적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수소경제위원장)와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SK 수소생산기지 부지에 모여 손을 잡은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민간이 멀찍이 앞서가는데 정부 지원은 아직 실질적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하긴 아쉬운 수준이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수소는 이제 일부 기업만이 아닌 산업계 전반의 어젠다가 됐다"며 "막 열리기 시작한 미래 초대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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