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44) 신임 강원FC 대표이사가 첫 경기에서 울산에 0-5로 대패하는 쓰디쓴 경험을 했다.
이영표 대표는 작년 12월 강원의 새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선수 시절 잉글랜드, 네덜란드, MLS 등에서 다양한 해외리그 경험을 쌓았다. 선수 때의 영리한 플레이를 K리그 행정에도 녹여낼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이영표 대표 체제’ 첫 경기 결과는 최악이었다. 강원은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1라운드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5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강원은 1라운드 최다 실점 팀이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경기 전 김병수 강원 감독은 "작년에 실점이 많긴 했지만, 세트피스에서 14골을 내줬고 그 중 7골은 페널티킥이었다. 그렇게 보면 실점률이 높은 건 아니었다. 올 시즌에는 실점을 더 줄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비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첫 경기 결과는 실패였다. 이영표 대표는 현장에서 이 악몽을 지켜봐야 했다.
시작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이제 겨우 한 경기 치렀을 뿐이다. 그리고 이영표 대표가 부임한지 고작 두 달이 지났을 뿐이다. 이영표 대표는 부임 직후부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명문 구단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고 싶다.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축구를 잘해야 한다. 둘째, 팬들로부터 사랑 받는 매력적인 팀이어야 한다. 마지막은 비즈니스다. 재정적으로 안정돼야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히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올 시즌 성적이 좋거나, 팬이 많이 늘어나거나, 큰 돈을 번다면 우연이다. 진짜 우리 것이 아니다. 쉽게 얻는 건 쉽게 잃는다. 지금 시스템을 올바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기력은 이영표 대표의 권한이 아니다. 오롯이 김병수 감독의 몫이다. 이영표 대표는 "내가 경기력을 위해 할 일은 단 한 가지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이 외에 내가 할 일은 없다. 대표가 해야 할 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다. 감독의 권한을 조금이라도 침범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 이영표 대표가 할 일은 김병수 감독을 포함한 팀 구성원이 대패의 충격 속에서 흔들리지 않게 뒤에서 바로 잡아주는 일이다.
강원으로서는 리그 초반 일정이 첩첩산중이다. 개막전에서 우승후보 울산에 대패를 했고, 다음 상대가 지난 시즌 최다득점 팀 포항 스틸러스다. 오는 6일 강원의 시즌 첫 홈경기를 포항과 치른다. 그 다음에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다. 오는 9일 전주 원정을 떠난다.
하지만 오히려 상대가 강팀이라서 강원이 추구하는 변화를 두드러지게 드러낼 수도 있다. 김병수 감독은 울산전 후 "리그 초반 일정이 힘들다. 축구라는 것은 어찌 될 지 모른다. 수정할 부분 수정하고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