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강력한 언어-표정, 눈빛, 몸짓 [박상미의 고민사전]
[스포츠경향]
우리는 의사소통의 핵심이 ‘말’, 즉 음성 언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화술에 관심을 가치고 스피치 학원을 다니고 코칭을 받기도 하지요. 하지만 말보다 중요한 건 표정, 눈빛, 몸짓이랍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앨버트 메리비언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과 의사소통할 때 언어적 요소는 7%, 비언어적 요소는 93%가 상대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에 맞는 표정과 눈빛, 몸짓을 하는 건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너무나 중요하지요.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도 공감하는 대화에서 중요한 요소예요. 눈빛에 담긴 질책·멸시·불만 등의 감정은 상대의 마음 문을 닫게 하는 가장 무서운 독이니까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소통 능력자로 유명합니다. 2011년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 추모연설 장면을 기억하나요? 아홉 살 어린 소녀의 죽음을 언급하다가 울컥 하는 감정을 참느라 무려 51초 동안 말을 멈추었습니다. 눈물을 애써 참는 슬픈 표정과, 눈물이 글썽이는 눈가에 멈춘 손, 흐느끼는 듯한 숨소리. 슬픔을 백 마디의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연설로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과 공감하는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 따뜻한 인품을 가진 대통령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지요.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의사소통 능력에서 발현된 것이었습니다.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친 비결은, 공감과 소통 능력이었던 것이죠.
아기들이 정서적으로 가장 행복할 때가 엄마와 표정을 주고받으며 소통할 때입니다. 아기가 짓는 표정은, 엄마의 표정을 따라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거울신경세포’를 통해서 표정 언어를 주고받습니다. 거울신경세포는 내 속의 거울에 비친 상대를 복제한다고 해요. 가족끼리 얼굴이 닮고 친한 친구끼리도 얼굴이 닮아가잖아요? 거울신경세포가 나와 타인을 연결하기 때문입니다.
스킨십을 하면 뇌에서 사랑의 호르몬이 나와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해요. MRI를 통해서 관찰해보니,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에게서만 사랑의 호르몬이 나오고, 집단 생활을 하지 않는 동물에게서는 이 호르몬 분비가 안 되더랍니다. 이 호르몬은 스킨십을 나눌 때, 그리고 표정을 주고받으며 대화할 때 분비돼요. 여자에게선 옥시토닌이, 남자에게선 바소프레신이 분비됩니다. 함께 하면서 스킨십을 나누거나, 표정을 주고받으며 공감하고 소통할 때 우리 뇌가 행복을 느낀다는 거지요.
표정은 상대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대의 표정을 읽지 못하면 소통에 문제가 생겨요. 특히 남자들은 여자의 표정을 민감하게 읽지 못합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상대의 감정을 읽는 데 여자보다 둔감한 겁니다. 특히 남자 청소년들은 이 능력이 많이 떨어져요. 그래서 엄마의 표정을 못 읽어서 엄마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건데, 엄마들은 내 아들이 문제 있다고 생각해서 답답해 죽지요.
거울신경세포가 읽은 상대의 마음은 내 마음이기 때문에,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고 느끼기도 하고,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서 해석의 오류가 생기기도 하고요. 내가 상대를 사랑할수록 상대도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상대를 싫어할수록 상대도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거울 반응을 하게 되는 거죠.
상대에게 행복감 또는 모멸감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하는 언어는 음성 언어가 아닌 표정 언어였어요. 부부 치료 권위자인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대화할 때 독이 든 표정을 많이 짓는 부부일수록 이혼 확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상대와 잘 지내고 싶다면 내 표정을 바꾸어보세요. 상대의 뇌 속에 거울신경세포가 열심히 반응할 거예요.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얼굴을 보고 대화하세요. ‘당신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당신이 나를 차갑게 대해서’ 속상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내 표정을 보고 그의 거울신경세포가 반응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가 그렇게 느끼고 반응한 것도 존중해주면서 대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마음치유 안내자’ 박상미는?
공감, 소통, 치유, 회복을 주제로 글쓰고, 강의하고, 다큐를 찍는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마음치유학교’를 연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마음아, 넌 누구니’,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나를 믿어야 꿈을 이룬다-박상미의 고민사전’ 등을 썼다. 유튜브 ‘박상미라디오’ ,EBS 라디오 ‘박상미의 마음 마음’ 진행자이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자다. EBS ‘인생 파란만장’, SBS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 출연중이다.찍은 다큐 영화는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 ‘마더 마이 마더’ 등이 있다. 더공감 마음학교 소장,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수련감독이며 경찰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마음치유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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