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섹스 5만 돌파 이끈 2021년 연방예산안 [우리가 모르는 인도 (6)]

2021. 3. 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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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지난 2월 1일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이 2021~2022년 정부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인도 센섹스 지수는 하루 만에 5%, 2315포인트가 급등해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례적으로 뜨거웠습니다.

인도 국회에 도착한 시타라만 연방 재무장관(오른쪽)과 타쿠르 주 재무장관 / ANI


정부예산안 발표 이틀 뒤 주가가 5만을 돌파하자 모건스탠리는 인도 주가가 올해 말 6만10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치를 내놓으며 4대 민간 은행의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후 센섹스 지수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2월 셋째 주 5만2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인도 주식시장 역사에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시장의 호응을 끌어낸 2021년 예산안, 과연 어떤 의미이며 무엇을 시사할까요?

재무장관 손에 들린 빨간 물건의 정체

연방예산안 발표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예산안을 예고했던 니르말라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금색 문양이 달린 빨간색 커버로 싸인 물건을 들고 등장했습니다. 1년 사이에 하얗게 새어버린 백발과 빨간색, 크림색의 조합을 이룬 사리는 이 특별한 물건과 묘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인도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으로 2019년 5월 임명된 그는 예산안 발표 때마다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전통적으로 ‘서류가방’에 국회 내의 보안구역에서 인쇄한 예산안 문서를 담아오는 오랜 관행을 깨고, 영국 식민시대의 잔재로 여겨지는 서류가방을 빨간 천으로 만든 봉투 형태의 싸개와 가운데를 끈으로 묶는 방식의 인도 전통 장부인 ‘바히 카타(Bahi Khata)’로 바꿔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재무장관으로서 3번째 발표하는 이번 연방예산안은 두꺼운 서류뭉치 대신 인도에서 생산된 삼성의 태블릿에 최초로 ‘전자문서’화된 종이 없는 예산안을 선보였습니다.

인도 사회에서 이런 상징적인 행위는 개인의 주장이나 정부 정책 등 다양한 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하나의 행위에 부여되는 의미가 주장이나 정책을 뒷받침하고, 그 파급효과 역시 상당하기 때문인데요. ‘바히 카타’의 경우, 수십년간 인도의 재무장관들은 영국식을 따라 검은색, 붉은색, 갈색과 같은 서류가방에 예산안을 넣어 국회에 발표하러 오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정부가 영국의 잔재를 청산하고 인도 전통의 재건 의지를 더욱 확실하게 표명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자화된 바히 카타’는 전통적 외향에 ‘디지털 인디아’라는 현대적 정책을 반영한 속내용을 갖췄다는 상징성, 그리고 정부가 이를 ‘연방예산 모바일 앱’을 통해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점은 모디 정부가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정부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지향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재무장관은 예산안 발표가 있기 전, 3월 말에 끝나는 2020년 회계연도 동안 인도 경제 성장률이 7.7%로 축소됐으며, 올해에는 11%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발표한 예산안에서는 자본지출을 26% 늘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경제 활성화의 버팀목이 되어줄 6개의 주요 지지대로서 보건 및 복지, 인프라 개발, 포괄적 성장, 인적 자본, 혁신 및 연구개발(R&D), 최소 정부 및 최대 거버넌스를 핵심 영역으로 삼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도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경제 회생 및 발전’이고, 추구하는 성장의 성격은 지난해 이미 천명한 ‘자립 인도’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최소 정부, 최대 거버넌스’가 핵심입니다. 목표 실현을 위한 보조 수단이 될 핵심 정책은 제조업 육성 정책 강화, 철도·도로·항만·농촌개발 등의 인프라 확대, 관세 조정, 보험부문 외국인의 직접투자(FDI) 확대, 국영기업 민영화, 보건 인프라 및 백신 등을 포함한 보건 분야 지원 강화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인도 정부의 예산안 발표 후 ‘인도주식회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정부가 과세표준 또는 소득세율 변경을 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여러 증권법을 통합해 단일화한 것, 부실자산인수은행(Bad Bank)을 운영하겠다고 한 점, 보험부문 FDI 확대 및 인도 비거주 투자자의 100% 지분 허용으로 배당 소득에서 발생하는 세금 손실을 줄이게 된 점, 소기업의 매출 및 자산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스타트업 활성화가 촉진된 점, 과세 평가 재개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기업 부담 줄여준 점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예산안은 ‘정책지원-규제합리화-부실 개선’이라는 크게 3개의 방책을 사용해 경제회생 및 활성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Capex(제조업 육성, 인프라, 에너지)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았고, 동시에 세금 고정, 보건 분야 집중지원, 관세 및 규제 합리화 등으로 사회적 안정을 추구했습니다. 각종 국영기업의 민영화 및 배드뱅크 설립 등은 부실 개선을 통한 자본 및 신용도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도의 이번 예산안에 대해 일부에서는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은 없고, 투자 및 기업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인도에 이어지는 투자 러시, 한국은 어디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보통신(IT), 이커머스 등 디지털 부문의 해외투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중되고 있는데다 제조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 기업에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공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의 노이다 공장 휴대폰 생산라인 증설, 애플의 생산기지 인도 이전, 테슬라의 인도 생산계획 등이 연달아 확정됐습니다.

제조업과 디지털 부문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러브콜에 인도는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많은 나라가 일본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불신의 시선을 보낼 때, 인도는 일본의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생산하는 계약을 맺고 에어버블을 체결하며 신뢰를 유지했습니다.

인도의 기관 또는 기업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일본을 향한 시선 한 부분을 엿볼 수 있었는데, 공통적인 점은 이해득실과 무관한 ‘꾸준함’과 ‘관계 유지’를 꼽았습니다. 인도인의 문화적 특성 중에 ‘상호 신뢰’와 한번 신뢰가 형성되면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들이 왜 일본과 변치 않는 우정(?)을 유지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인도 정부의 전자상거래 부문의 FDI 정책에 대해 논의하던 중 미국을 포함해 한국, 일본 및 아세안 국가와의 무역협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인도 장관이 CEPA 개정을 언급할 때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던 점은 양국의 눈높이와 시선의 격차를 느끼게 했습니다. 인도 진출을 원하는 우리 기업들의 의지 외에도 정부의 분명한 대인도 정책과 인도 정부와 긴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가 지금이라도 구축되길 희망해봅니다.

한유진은 화학산업 컨설턴트로 일하다 삶의 전환점을 인도에서 찾게 된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인도 뭄바이에서 살았다. 인도의 문화와 산업을 비즈니스와 통합하는 큐레이팅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며 현재는 국내에 머물고 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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