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윤 총장 제안한 '특별수사청' 참고할 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좀 부드럽게 말씀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좀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윤 총장이 제시한 '기소권 있는 특별수사청'은 참고할 만하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이틀간 이례적으로 여권이 추진 중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에 대해 강하게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윤 총장은 "직을 100번이라도 걸고 검수완박을 막겠다"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권이 분리되면 정치나 경제 범죄 등 거악 척결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이에 박 장관은 '윤 총장과 만날 구체적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공개적으로 언제나 뵙자고 하는데 답이 없으시다"라고만 덧붙였다.

박 장관은 전날 중대범죄수사청 등 관련 검찰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윤 총장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기소권이 있는 특별수사청 얘기는 지난번 저와 만났을 때도 하신 말씀"이라며 "충분히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참고할 만 하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제나 뵙자고 하는데 (윤 총장이) 답이 없으시다"고 했다.

윤 총장은 법무부 산하에 반부패수사청, 금융수사검찰청, 안보수사검찰청 등 특수청을 두고 검찰총장의 힘을 빼더라도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분리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 아직 주류적 흐름이나 담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인데 검찰총장께서 하는 말이니 상당히 무게감을 갖고 참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와 기소 분리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고 소위 검찰권의 남용, 특히 직접수사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주제"라면서 "수사권 남용 문제 측면도 고민해주시면 좋겠다"고 윤 총장의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일선 검사들과 현장 간담회를 갖을 예정이다. 대구지검은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하다 좌천됐던 검사들이 다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후배 검사들과 간담회 이후 추가적으로 강한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권 분리가 검찰이 수행했던 권력형 비리와 거악 척결을 어렵게 하고 이는 결국 국민의 안전과 이익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향후 여론전에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청와대 역시 윤 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에 반대한 것을 두고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윤 총장은 행정 책임자 아닌가”라며 “하는 걸 보면 정치인 같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이어 “(검찰)총장이 검찰과 관련해 정부가 어떤 입법을 하려고 하면 국회하고 얘기하는 게 옳다”며 “이게 행정가의 태도인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 권한 축소를 두고 검찰이 청와대, 행정부, 법무부 모두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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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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