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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재철의 남부지검 '수사청 편향 설문'.. "반대할 수 없겠더라"

표태준 기자 입력 2021. 03. 03. 11:05 수정 2021. 03. 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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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9일 오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당시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대변인. /조선DB

서울남부지검(지검장 심재철)이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과 공소청 법안 관련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만든 설문지가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3일 나오고 있다. 심 지검장은 작년 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 과정에서 본인이 제보자, 증인, 징계위원 역할로 나서는 등 ‘1인 5역’을 맡아 징계를 주도하며 논란이 됐다.

대검은 지난달 25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내려 보내 민주당이 추진하는 수사청과 공소청 설립 법안 등에 대한 의견을 3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소속 검사들에게 ‘공소청법-수사청법 관련 설문’이라는 제목의 설문지를 만들었다.

최근 설문지를 받아본 남부지검 검사들 사이에서는 “수사청법에 찬성하지 않으면 이상한 검사가 되는 것처럼 설문지를 작성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본지가 입수한 이 설문지 초안에는 수사청법에 대해 ‘반대’ ‘찬성’ 각각에 대한 논거와 함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다.

설문지에는 ‘반대’ 논거 첫 번째로 “수사 검사가 기소와 공소유지를 통합해 담당하지 않으면 중대범죄에 대응할 수 없어 중요범죄 대응 능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적혔다. 두 번째 반대 논거는 “현대 범죄의 복잡성 및 전문성으로 인해 수사초기부터 검사가 개입하고 수사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적혔다.

서울남부지검이 최근 작성한 수사청 법안 설문지.

반면 수사청법 ‘찬성’ 논거로는 네 가지가 등장한다. 첫째는 “수사와 기소를 하나의 기관이 담당할 경우 통제 불가능한 수사권 남용 및 수사가 곧 기소로 이어지는 기소권 남용의 위험이 상존한다”, 둘째는 “수사와 기소의 기관은 분리하여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되 중요 범죄는 수사초기 단계부터 기관 간 소통과 협력 강화로 대응이 가능하는 등 범죄대응 역량 저하 우려가 없다”고 적혔다.

셋째는 “검찰청 수사관보다 수사청 수사관의 지위와 역할 획기적 제고로 수사력 강화로 이어지고, 능력 있는 수사 검사들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수사관 진입으로 수사력 강화가 예상된다”, 넷째는 “수사와 기소 기관이 분리되면,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시 기소 기관인 검사에게 실질적 변론이 가능하다”고 적혔다.

서울남부지검이 작성한 설문

한 법조계 관계자는 “찬성 논거에 ‘인권’ ‘수사 효율’을 강조하고 반대 논거를 반박하는 내용까지 적어놓으니 수사청법에 반대하면 말 그대로 적폐 검사처럼 보이지 않겠느냐”며 “수사청 설치가 될 경우 외려 수사기관의 인권 침해 가능성이 크고, 수사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 의견인데 이는 쏙 뺐다”고 했다.

이 설문 대상에는 검사뿐만 아니라 수사관도 포함돼 있다. ‘검찰청 수사관보다 수사청 수사관의 지위와 역할 획기적 제고’라는 문항에 대해 검사와 수사관 사이 관계를 갈라놓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고 수사청이 생기면 수사청 수사관이 사실상 현재 검사에 가까운 역할을 하게 된다”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사청에 지원할 검찰 수사관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넣은 문구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요 법안 관련 설문은 당연히 각 일선 지검장이 직접 작성하거나 최종 수정한다”고 했다. 심 지검장이 설문지를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19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준비단 언론홍보팀장을 맡았던 심 지검장은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쳐 지난달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작년 말 추 전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 과정을 주도하는 등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 검사'로 불렸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내부 문서이기 때문에 작성 경위는 확인이 어렵다”며 “설문지는 초안에서 좀 더 균형을 맞춘 수정 버전을 배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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