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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검찰 수사권 폐지는 명백한 헌법 파괴

기자 입력 2021. 03. 03. 11:51 수정 2021. 03. 0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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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국민이 반대하고 우려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야당 측 비토권을 박탈하는 법 개정까지 강행하면서 기어코 출범시킨 여당이, 검찰개혁의 마지막이라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입법을 시도하려고 한다.

2019년 말 패스트트랙 입법에 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일반 사건의 수사권을 넘겨주고 검찰에 남겨둔 6대 중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수사청이 전담토록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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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변호사 한변 공동대표

상당수 국민이 반대하고 우려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야당 측 비토권을 박탈하는 법 개정까지 강행하면서 기어코 출범시킨 여당이, 검찰개혁의 마지막이라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입법을 시도하려고 한다. 2019년 말 패스트트랙 입법에 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일반 사건의 수사권을 넘겨주고 검찰에 남겨둔 6대 중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수사청이 전담토록 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 권한만 행사케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리고 법조계에서는 이 섣부른 수사청 입법에 관해 공수처 때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선진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7년 자료를 보면,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27개국이다.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8개국 중 핀란드와 슬로베니아는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준다. 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국가는 영국 등 영연방 국가와 이스라엘 등 6개국뿐이다. 더욱이 여당이 수사청의 모델이라는 영국의 특별수사검찰청(SFO)은 중대부정사건에 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 제도로 1985년 출범했다.

또 하나, 검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검찰개혁을 한다는 식의 주장을 포함해 여당이 검찰개혁에 관한 사실과 제도의 왜곡과 선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중대범죄의 수사는 검찰의 기소와 공소유지의 전제가 되는 것이니,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하는 식의 주장도 성립될 수가 없다.

민주국가의 권력구조는 헌법에 의해 구성돼야 하고, 권력 행사는 헌법으로부터 수권이 있는 때만 발동될 수 있다. 헌법에 의한 권력구조와 그 행사는 전체 국민을 위한 국민주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 정당성’과 법의 지배와 국가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기초로 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거듭된 위헌적 입법을 앞세워 밀어붙인 공수처와 밀실에서 느닷없이 출현한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여권 내 속도 조절의 논란을 빚는 이번 수사청 입법 시도 등 정권으로부터 중립적이거나 독립적일 수 없는 이 3개 권력기관의 등장은 결코 전체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 여당의 지지 세력만을 위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권을 위한 권력기관을 만들려는 것이며, 덮거나 숨기고 싶은 정권비리 사건에서 ‘친문 무죄’를 구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집권층의 묻지마 식 입법 폭주는 법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도저히 법의 지배와 국가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기대할 수가 없다. 따라서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번 수사청 입법 시도에 대해 사실과 제도 및 연혁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윤 총장의 작심 발언처럼 거듭되는 헌법 파괴임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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