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수지 기준 바꾸는 정부.. "나라살림 악화 눈속임"

조해동 기자 2021. 3. 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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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재정수지 기준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값)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나라 살림 형편이 좀 덜 나빠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기준 지표를 바꾼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산재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가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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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관리수지→통합수지로”

관리수지 올 126조 적자 전망

전문가 “급속한 악화에 꼼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3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재정수지 기준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값)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나라 살림 형편이 좀 덜 나빠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기준 지표를 바꾼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산재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가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전날 추가경정예산(추경) 브리핑에서 “(재정수지) 기준을 바꿀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안 실장은 “과거에는 국민연금 등이 계속 흑자를 내서 관리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고용보험 같은 경우 보험료보다 급여가 더 급속히 늘고 있어서 정부가 가장 먼저 관리해야 할 기금으로 변경됐다”며 “이에 맞춰 재정수지 기준을 (통합재정수지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마치 재정수지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통합재정수지로 기준을 바꿨다는 듯한 설명이다. 실상은 안 실장의 설명과 전혀 다르다. 올해 추경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89조6000억 원이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126조 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아직도 4대 사회보장성기금이 막대한 흑자라는 뜻이다. 결국 올해 추경을 편성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가 126조 원에 달할 만큼 급속도로 악화하니까 적자 폭이 덜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재정수지 기준을 관리재정수지에서 통합재정수지로 바꾼 것이라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재정수지 지표가 통합재정수지인데도 우리나라가 관리재정수지를 재정수지 기준으로 사용한 것은 역대 재정·예산 관료들이 “통합재정수지는 재정수지의 실태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새로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의 복지제도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에 돈을 내는 사람은 많지만, 돈을 찾아가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에는 그동안 엄청난 규모의 적립금이 쌓여왔다. 그런데 기재부는 과거 선배 재정·예산 관료들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재정수지 기준으로 지켜온 관리재정수지를 버리고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나서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도한 추경 편성, 100조 원 안팎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이어 이제는 재정수지 기준마저 통합재정수지로 바꿔 재정 건전성 악화의 실상을 숨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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