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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량은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만 주차하라?

칼럼니스트 고완석 입력 2021. 03. 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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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단지는 세대 당 주차공간이 1.4대 정도 된다.

단지 내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의 경우 장애인차량만 주차를 할 수 있으므로 장애인차량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만' 주차를 해달라는 의견이었다.

장애인 차량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 아닌 다른 주차공간에 주차할 경우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은 비어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장애인 차량의 경우에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 아닌 일반 주차공간에 주차하는 것이 훨씬 편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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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배려를 가장한 차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이 편리하게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사회적 배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은 차량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베이비뉴스

우리 아파트 단지는 세대 당 주차공간이 1.4대 정도 된다. 다시 말해 세대 당 1대씩 자가용을 주차할 경우 주차공간이 충분하지만 그 이상일 경우 주차공간이 부족해진다. 아파트 입주 초기에는 주차공간이 충분했지만 모든 세대가 입주한 이후부터 주차공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단지 내 주차공간보다 입주민의 자가용 수가 더 많아져서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입주민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2대 이상 자가용을 갖고 있는 세대에 주차비를 지금보다 더 많이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므로 야간에만 이중주차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애인 차량은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만' 주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다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소통공간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단지 내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의 경우 장애인차량만 주차를 할 수 있으므로 장애인차량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만' 주차를 해달라는 의견이었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요청일 수도 있다. 장애인 차량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 아닌 다른 주차공간에 주차할 경우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은 비어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 주차공간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다.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의해 지정되는데 해당 법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이 편리하게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사회적 배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은 차량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장애인 차량은 반드시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만 주차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장애인 차량의 경우에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 아닌 일반 주차공간에 주차하는 것이 훨씬 편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단지 내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 너무 먼 곳에 있어서 이용이 불편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배려'를 가장한 '차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아동들에게도 '배려'를 가장한 '차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원 등의 공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놀이터에서 놀아라"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사실상 "시끄러우니까 저리 가서 놀아"라고 하는 '차별'을 보기 좋게 '배려'로 포장한 것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어떠한 경험과 도전도 못하게 하는 것 역시 '배려'를 가장한 '차별'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 특히, 배려를 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에게 '배려'를 가장한 '차별'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야 할 것이다.

다시 앞에서 말한 에피소드로 돌아가서, 장애인 차량의 경우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만 주차해달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은 며칠 후 결국 다른 주민들의 반대 댓글로 인해 지워졌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아홉 살 딸, 다섯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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