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에 그친 '정상일 매직'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2021. 3. 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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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 WKBL제공


“선수들이 고생했죠. 제가 무슨 고생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의 목소리는 절반쯤 쉬어 있었다. 최선을 다한 시즌. 정규리그 3위(17승13패)까지 올랐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에서 KB스타즈의 높이에 밀려 단 두 경기 만에 ‘봄 농구’를 마감했다. 그래도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정상일 감독은 3일 오전 통화에서 “센터 없는 농구를 하려니 진짜 힘들었다. 힘만 쓰다가 끝난 거 같다”고 PO를 돌아봤다. 그러나 올시즌 적지않은 희망도 발견했다.

“올시즌은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준비했던 거 같아요. 팀을 맡은 지 두 시즌째인데 이제 틀은 잡혔어요. 내가 원하는 농구를 선수들도 알아가고…. 다음 시즌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발전은 있을 거예요. 플레이오프라는 소중한 경험도 했잖아요.”

사실 시즌 전 신한은행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꼴찌 후보로 분류됐다. 주전 센터 김연희가 부상으로 아웃된 데다 별다른 전력 보강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에이스 김단비가 있긴 하나 유승희 김아름 한엄지는 기량을 장담하기 어려웠고, 한채진과 이경은 등 고참은 체력 문제가 핸디캡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손대범 KBSN 해설위원은 ”센터가 부상당했고 전력도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즌 전 예상을 보기좋게 깨버렸다”며 “신한은행이 전문가들의 콧대를 눌러버린 시즌”이라고 말했다.

정상일 감독이 지난 2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KB와의 2차전 도중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WKBL제공


신한은행 선전의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비시즌 때 체력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강한 게 주효했다. 정 감독은 부상 선수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선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체력을 특히 중요시했다. 이휘걸 코치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체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그 덕분에 김단비와 한채진은 전 경기 출전에 경기당 평균 35분 이상씩 뛰었고 대부분 선수들 역시 큰 부상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정 감독은 “이휘걸 코치는 체력 부문에서 클래스가 남다르다”며 “베테랑들이 전 경기를 뛸 수 있게 한 것은 이 코치의 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맞춤형 공격 패턴과 전술을 연구해 실전에 접목시킨 구나단 코치의 열정이 더해지면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직력이 좋아졌고, 젊은 선수들의 페이스도 덩달아 올라갔다. 역할 분담도 잘 됐다. 저돌적인 수비와 많은 활동량, 시원한 속공 등 ‘정상일표 농구’가 자리잡아갔다. 손대범 위원은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다는 건 감독·코치와 선수가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그런 부분에서 정상일 감독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유승희, 김아름, 한엄지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큰 힘이 됐다. 이들의 활약은 올시즌 정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이들을 평가해달라는 주문에 정 감독은 “내가 칭찬에 인색해서 별로 얘긴 안했지만 정말 잘해줬다. 속으로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시즌은 끝났다. 선수단 모두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늘 그렇듯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정상일 감독의 머릿속에는 다음 시즌을 위한 구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다음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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