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에 그친 '정상일 매직'
[스포츠경향]
“선수들이 고생했죠. 제가 무슨 고생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의 목소리는 절반쯤 쉬어 있었다. 최선을 다한 시즌. 정규리그 3위(17승13패)까지 올랐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에서 KB스타즈의 높이에 밀려 단 두 경기 만에 ‘봄 농구’를 마감했다. 그래도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정상일 감독은 3일 오전 통화에서 “센터 없는 농구를 하려니 진짜 힘들었다. 힘만 쓰다가 끝난 거 같다”고 PO를 돌아봤다. 그러나 올시즌 적지않은 희망도 발견했다.
“올시즌은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준비했던 거 같아요. 팀을 맡은 지 두 시즌째인데 이제 틀은 잡혔어요. 내가 원하는 농구를 선수들도 알아가고…. 다음 시즌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발전은 있을 거예요. 플레이오프라는 소중한 경험도 했잖아요.”
사실 시즌 전 신한은행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꼴찌 후보로 분류됐다. 주전 센터 김연희가 부상으로 아웃된 데다 별다른 전력 보강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에이스 김단비가 있긴 하나 유승희 김아름 한엄지는 기량을 장담하기 어려웠고, 한채진과 이경은 등 고참은 체력 문제가 핸디캡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손대범 KBSN 해설위원은 ”센터가 부상당했고 전력도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즌 전 예상을 보기좋게 깨버렸다”며 “신한은행이 전문가들의 콧대를 눌러버린 시즌”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선전의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비시즌 때 체력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강한 게 주효했다. 정 감독은 부상 선수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선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체력을 특히 중요시했다. 이휘걸 코치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체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그 덕분에 김단비와 한채진은 전 경기 출전에 경기당 평균 35분 이상씩 뛰었고 대부분 선수들 역시 큰 부상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정 감독은 “이휘걸 코치는 체력 부문에서 클래스가 남다르다”며 “베테랑들이 전 경기를 뛸 수 있게 한 것은 이 코치의 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맞춤형 공격 패턴과 전술을 연구해 실전에 접목시킨 구나단 코치의 열정이 더해지면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직력이 좋아졌고, 젊은 선수들의 페이스도 덩달아 올라갔다. 역할 분담도 잘 됐다. 저돌적인 수비와 많은 활동량, 시원한 속공 등 ‘정상일표 농구’가 자리잡아갔다. 손대범 위원은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다는 건 감독·코치와 선수가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그런 부분에서 정상일 감독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유승희, 김아름, 한엄지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큰 힘이 됐다. 이들의 활약은 올시즌 정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이들을 평가해달라는 주문에 정 감독은 “내가 칭찬에 인색해서 별로 얘긴 안했지만 정말 잘해줬다. 속으로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시즌은 끝났다. 선수단 모두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늘 그렇듯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정상일 감독의 머릿속에는 다음 시즌을 위한 구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다음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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