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향 온 것 같다"..대구서 쏟아진 응원·항의[영상]

김정석 2021. 3. 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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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윤 검찰총장, 대구고검 방문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등법원 입구. 이날 오후 2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국 순회 일정으로 대구고·지검에 방문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찌감치 대구고검 입구에는 취재진 50여 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윤 총장이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두고 “직을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그의 입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해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등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대구 방문에서도 윤 총장이 보다 수위 높은 메시지를 낼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여론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방문 시각이 다가오자 윤 총장 지지자들과 안티팬들도 하나둘씩 대구고검 앞으로 모여들었다. 지지자들은 윤 총장을 응원하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연신 “윤석열 화이팅”을 외쳤다. 반면 대구고검 인근 도로에서는 윤 총장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시위를 벌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개혁 방해 중단하라’, ‘국민이 우습냐’ 등의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오후 1시58분쯤 윤 총장이 탄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대구고검 경내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차량 앞으로 달려가 꽃다발을 내밀거나 인사를 하는 등 차량을 막아서면서다. 이를 촬영하기 위해 취재진 일부가 몰려들면서 혼란을 빚었다.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등법원 경내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탄 제네시스 차량이 들어오는 가운데 지지자들 일부가 차량 진로를 막아서고 있다. 김정석 기자

윤 총장이 가까스로 대구고검 앞으로 도착한 차량에서 내리자 지지자와 안티팬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윤 총장이 대구고검 앞에 잠시 서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사이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서다. 한쪽에서는 검찰개혁을 옹호하는 팻말을 들고 있던 시민단체 회원이 지지자들과 충돌하는 모습도 보였다. 질의를 마친 윤 총장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지지자들은 한동안 윤 총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윤 총장은 3분가량 이어진 질의에서 대구고·지검을 찾은 이유에 대해 “제가 27년 전에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첫 시작한 초임지다. 제가 여기서 검사생활을 했고 제가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한 1년간 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향”이라며 “떠나고 5년 전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기존의 메시지보다 강한 어조로 ‘검수완박’을 비판했다. 그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있어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와 헌법상 의무”라며 “‘검수완박’은 어떤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에 헌법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하차한 뒤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아울러 윤 총장은 중수청 법안 처리가 강행될 경우 총장을 사퇴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자중하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말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 없다”고 전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이날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은 정직 징계 처분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지난해 12월 24일 법원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뒤 첫 공개 일정이다. 윤 총장은 직원들과 티타임을 하고 오후 4시부터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직원들과의 일정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윤 총장과 만나 환영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의 메시지를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윤 총장은 전국 검찰청 검사들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에 대한 견해를 전달받은 뒤 전국 고검장 회의나 검사장 회의 등을 소집해 의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검찰청도 지난 2일 중수청 설치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현재 일선청의 의견을 취합 중에 있으니 취합이 완료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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