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돋보기]SK바이오 공모가 산정에 빠진 신약기술 가치

김지완 입력 2021. 3. 3. 16:42 수정 2021. 3. 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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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리터당 2억6444만원으로 계산
세포배양 기술·백신제조능력·파이프라인 가치 무시
공장가동률도 계산에 넣지 않아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코스피 입성을 목전에 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 평가방식을 두고 논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의 61%를 자체개발 백신으로 올렸고 다수의 임상 진행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기업가치 산정엔 ‘생산능력’만 고려됐다는 지적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지난달 23일 기업공개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3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①오는 4~5일 수요 예측 실시 → ②8일 공모가액 확정 → ③18일 코스피 상장 순으로 증시 입성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SK바이어사이언스 적정 시가총액을 6조3383억원, 주당 평가액을 8만2267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주당 평가액 대비 40.44%~20.99% 할인된 4만9000원~6만5000원을 공모가 밴드로 확정했다.

◇기업가치, 단순 생산능력만 고려...리터당 2억6444만원으로 계산

문제는 주관사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가치 산출 과정에서 오로지 ‘생산능력’만 고려했다는 것이다.

기업가치 산출과정은 다음과 같이 이뤄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주관사(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는 전세계 바이오위탁생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유사기업 스위스 론자그룹,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로직스등의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과 생산능력을 살펴봤다.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3개월 평균 시총 52조6418억원을 생산능력 36만4000ℓ로 나누는 식이다. 이를 적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용량ℓ당 1억4462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론자는 ℓ당 1억2767만원, 우시는 ℓ당 5억3104만원의 기업가치가 형성된다. 주관사들은 이를 단순 합산해 ‘3’으로 나눴다. 그 결과 위탁생산 바이오기업들은 생산용량ℓ당 2억6444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주관사들은 이 공식에 SK바이오사이언스를 그대로 대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능력 2만3924ℓ에 2억6444만원을 곱하면 6조3265억원이 나온다. 이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가치인 셈이다. 여기서 차입금 118억원을 뺀 6조3383억원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적정 시총으로 산출됐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뛰어난 세포배양 기술·백신제조능력·파이프라인 가치 전혀 고려안돼

이러한 계산방식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100% 위탁생산에 특화된 바이오기업일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와 대상포진백신(스카이조스터), 스카이바리셀리(수두) 등을 상용화했고 이들 백신 매출 비중이 61%를 넘는다. 백신 제조·유통만으로도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23.4%의 매출성장을 이뤄냈다. 또 사노피와 공동으로 글로벌 임상2상 중인 폐렴구균백신의 글로벌 주요 시장 규모만 해도 5조2000억원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보적인 세포배양 기술을 보유중이다. 경쟁사들이 동물세포 배양기술만 보유한 곳이 다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물, 곤충, 인간유래 세포 등 모든 영역에서의 세포배양 기술을 보유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곤충세포 기반으로 CDMO 수주할 수 있는 바이오 기업은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화이자, 모더나 등에서도 위탁생산 요청이 쇄도하지만 공장 케파가 안돼 주문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위탁생산 바이오기업으로 보기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진 기술 역량과 파이프라인 가치가 상당하단 얘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 CLA 등지에 기술수출료로 310억(2018년), 439억(2019년), 54억원(지난해 3분기까지)을 벌어들였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은 지난해 7~8월 맺은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의 코로나19백신 관련 단 2건에 불과하다.

◇공장가동률도 계산에 넣지 않아

더욱이 주관사들은 기업가치 산정에 생산능력을 중점에 뒀지만 공장가동률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주관사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해 1/2공장 가동률은 100%였지만 3공장의 경우 20%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공장 가동률은 100%로 확인됐다.

코로나19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주관사들 역시 이 같은 기업평가 방식에 대한 한계를 인정했다. 주관사들은 증권보고서를 통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단순 생산능력만을 고려했다”면서 “이는 비교회사의 생산 가동률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교회사와 생산 가동률 및 수익성과 관련한 각종 지표 등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비교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주관사와 상의해서 (기업가치 산정에) 최적의 방법을 정했다”며 “위탁생산에 방점이 ‘기술’이 아닌 ‘생산’에 있다고 봤다. 여러 전문가와 상의해서 케퍼(CAPA) 베이스로 기업가치를 산출했다”고 답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6일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약 3934억원을 시설투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중 1100억원은 신규 원액생산시설 증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시장 조사업체인 퍼시스턴스(Persistence)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능력은 약 168만4300리터로 추정된다. 해당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상위 19개사가 생산량의 99%를 점유하고 있다.

김지완 (2pa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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